Supernal Music의 “Anti-Geldof Compilation”을 가장 잘 알려진 블랙메탈 컴필레이션이라고 하면 좀 많이 무리이겠지만, 이 컴필레이션이 NS와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이던 어느 레이블에 강력한 불온의 기운을 불어넣음은 물론, 블랙메탈 극우파들이 정치적 불온함과는 별개로 어쨌든 목소리만 큰 허풍선이 반사회주의자 취급을 받던 시절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로 취급받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연히 Live Aid 시절에 나온 앨범은 아니지만, 2005년은 Live Aid의 연장선으로 후진국들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행사로서 Live 8 페스티벌이 열린 해였고, 그러니 Supernal Music이 이 행사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을지는 좀 뻔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식의 시각은 일찌기 1992년, Mayhem이 이미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Euronymous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의 삶에 대해서는 만족하는가?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어떤 것이 되겠는가?

꽤 괜찮다. 다만 가능하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원한다. 그럼 DSP는 큰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뮤직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렘에서 사치스럽게 살면서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굶어 죽는 모습을 비디오로 지켜볼 것이다.

(중략)

당신이 세상의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것이 될 것인가?

모든 것을 냉전 이전 시대로 돌려놓을 것이고, 그런 뒤에 바이킹 시대와 중세기의 야만성을 뒤섞을 것이다. 사람들은 좀 더 종교적이고 광신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블랙/데스메탈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다시 일으켜, 애초에 사악한 밴드들만이 존재했던 것처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돈을 가질 것이다. 누군가는 굶어죽을지언정 말이다. 나는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죽을 것이다.


화자의 진의 여부를 떠나서 블랙메탈 하면서 돈 많이 벌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내비치는 이례적인 모습과 별도로 인상적인 것은, Euronymous가 마치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스너프 필름 보듯이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Euronymous의 저 발언의 진의를 이제 와서는 알 수 없겠지만, 이를 통해 그래도 명확히 엿볼 수 있는 것은 적어도 Euronymous가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과 스스로의 거리를 확실히 두고 있다는 점이다.

Maurice Blanchot는 일찍이 이와 비슷한 인간의 유형에 대하여 설명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인물은 Marquis de Sade다.

무관심(apathy)은 절대자로서 선택된 자만이 가능할 부정의 정신이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에너지의 근원이나 원리이기도 하다. Sade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 오늘날의 개인은 어떠한 힘을 표상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는 다른 사람들, 신, 또는 이상이라고 불리는 유령들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한다. 이러한 힘의 소모를 통해 그는 그 잠재력을 탕진하게 되고, 더 곤란한 것은 그의 행동이 ‘약함’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가 타인들을 위해 행동하는 경우, 이는 그가 결국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치명적인 실수다. 결국 그는 무의미한 에너지의 소모로 스스로를 약화시키고, 스스로가 약하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탕진하게 된다. 강한 자는 스스로가 고독한 존재임을 알면서 이를 받아들인다. 그는 타인들에게 의존하여 온 기존의 전통을 거부한다. 그는 동정, 감사, 사랑 등의 감정을 파괴하고, 그러면서 스스로의 활력을 회복하고, 그러한 파괴를 통해 결국 진정한 에너지의 근원을 끌어내게 된다.

[Maurice Blanchot, “Lautreamont and Sade” 중]

그런 의미에서 블랙메탈의 시작은 엽색행각만을 걷어냈을 뿐 어느 정도는 저 ‘부정의 정신’ 형태의 사디즘에 빚지고 있으며, 반기독교나 범유럽주의나 북유럽 민족주의나, 어떠한 사조나 이데올로기와 결합한 형태로 내놓더라도 이는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사디즘의 구현으로 블랙메탈을 표현하는 것은 Blanhot에 의하면 강자들의 전유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디프레시브 블랙메탈을 위시한 오늘날의 많은 블랙메탈 ‘스타일’들은 전복된 사디즘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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