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rzum의 이름 한번 못 들어본 블랙메탈 팬은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고, Varg Vikernes부터가 블랙메탈의 역사에서 가장 악명높은 불한당(이자 어그로꾼)의 하나였으므로 이 장르의 때로는 좀 지나쳐보이는 심각함을 삐딱하게 바라본 이라면 Burzum의 이름이나 음악을 가지고 장난 한 번 쳐보지 않은 이도 별로 없었을 것인데, Bathory의 경우에는 어쨌든 음원까지 존재했던 밭소리가 있었다면 Burzum의 경우에는 음원까진 아니어도 ‘뻘쭘’ 정도의 말장난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뮤지션은 아니지만 comfy synth를 표방하고 정말 이런 이름으로 음악을 내놓는 뮤지션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낄낄거리면서 얘기할 만한 소재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사실 뻘쭘보다는 펄쭘 정도로 불러주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이쯤 되면 청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발음이 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Burzum의 스타일과는 많이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Burzum은 본격적으로 다크 앰비언트를 선보이기 전 어쨌든 “Filosofem”까지는 앰비언트성 짙을지언정 지글거리는 기타가 등장하는 음악을 연주했다면 Purzum은 “Filosofem” 이후 Burzum이 써먹었을 만한 편성으로 꽤 평화로운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기본적으로 던전 신스라고 해야겠지만 보통 던전 신스가 어두컴컴한 가운데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분위기를 그려낸다면(이를테면 모르도르로 가는 키리스 웅골의 풍경이라던가) 던전은커녕 모험 중간에 등장하는 평화로운 마을에 잠시 들러서 저녁밥 먹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류라고 할까? 게다가 곡명들만 봐도 알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넘버들을 이용한 유쾌한 패러디들이기 때문에(‘Painhealer’, ‘Slumber of the Beast’, ‘Countdown to Relaxation’ 등) 이 음악을 심각한 표정을 하고 듣는 모습은 아무래도 떠올리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comfy synth’라는 서브장르라기에도 좀 많이 ‘sub’한 이 스타일의 정의에는 지극히 충실한 음악인 셈이다.
계속 찾아들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으나 유쾌함만큼은 확실한 앨범이다.
[WereGnome,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