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메탈 좀 들었다는 사람에게 Allegiance라는 이름은 대개 No Fashion에서 앨범이 나왔던 Dissection풍 블랙메탈(이기 때문에 데스메탈이라 부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밴드일 것인지라 이 앨범 한 장 내고 활동은 지지부진한 프랑스 심포닉블랙 밴드의 현재까지의 유일한 정규작을 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긴 2018년에 120장 한정으로 낸 데뷔작이 지금까지 다 안 팔렸다는 사실이 밴드의 어려운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그래도 부클릿 끼울 자리 만드는 걸 깜박했었는지 디지팩 사이에 불안하게 끼워넣은 모습을 제외하면 웬만한 레이블 뺨칠 정도로 신경쓴 만듦새의 앨범인지라 이쯤 되면 앨범을 구하는 이들이 아니라 밴드 본인들이 제작비 본전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앨범은 슬프게도 아직도 품절이 아니다.
하지만 음악은 훌륭하다.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Anthems to the Welkin at Dusk”과 “IX Equillibrium” 시절의 Emperor인데, 간혹 예테보리풍 리프가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황금기를 재현하는 듯한 스타일이고, 특히나 ‘In Memory of My Essence’는 노르웨이 심포닉 블랙메탈의 전형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Shadow from the Pyre’ 같은 곡이 그러면서도 극적인 전개를 통해 나름의 개성을 과시하지만 어쨌든 머릿속 어느 한켠에는 ‘An Elegy of Icarus’ 생각이 나는 것이 2018년에 Emperor 스타일 심포닉블랙을 내놓은 밴드의 한계랄까? 하지만 이런 스타일을 이 정도로 완성도 높게 보여준 밴드는 예전에는 그렇다치고 이제는 꽤나 오랫동안 드물었으므로 많이 반갑다. 하긴 이 앨범도 벌써 7년도 넘게 지났구나.
이 밴드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으려나? 솔직히 좀 요원해 보이지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Self-financed,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