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ite Willow가 본격 프로그 밴드냐 하면 밴드의 초기에는 이견이 없었을 것이고(레이블부터가 Laser’s Edge였으니) 같이 노는 밴드들이 Anglagard나 Anekdoten이었으니 그렇게 얘기하는 게 밴드의 현실과도 맞았겠지만 적어도 “Storm Season” 이후 이 밴드의 음악이 프로그레시브라는 레떼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을 많이 품기 시작했던 것도 분명해 보인다. 당장 앨범의 프로듀서부터 Tommy Hansen인데다 “Storm Season”부터 본격적으로 묵직해지기 시작한 기타 리프, 아무래도 The Gathering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새로운 보컬리스트 Trude Eidtang의 목소리 등은 밴드의 음악을 다채로운 양상의 전개가 돋보이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형보다는 좀 더 직선적이고 힘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이끈다. 밴드 초창기의 포크 바이브 깃든 심포닉 프로그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프로그레시브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단적인 사례는 ‘Splinters’나 ‘Ghosts’일 것이다. 이 밴드가 어떻게 Anglagard나 Anekdoten과 비교될 수 있었을지에 대한 답변을 무그와 해먼드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제시하는 것이 후자라면, 전자는 The Gathering이 “How to Measure a Planet?”을 만들기 전에 King Crimson을 듣고 감명깊은 나머지 방향을 좀 틀었다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그런데 정작 기타는 Mike Rutherford를 헤비하게 만든 듯한 연주라 더욱 이색적인) 스타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 활동하는 밴드로서 그리 브리티쉬한 사운드를 내고 싶지 않았던 네오프로그 밴드거나, 기존에 여성보컬을 앞세운 둠-데스를 연주하다가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싶었던 밴드라면 참고할 만한 앨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오프로그는 이미 네오프로그라는 용어가 등장할 때부터 반쯤은 죽어 있던 사조나 마찬가지였고, 2006년이면 많은 내노라 하던 둠-데스 밴드들이 모던록 쪽으로 삐딱선을 타다가 망해버린지도 조금 지난 시점이었으니, 2006년에 그런 ‘참고할 만한 앨범’을 내는 건 사실 죽은 자식 고환… 만지기나 마찬가지처럼 보일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프로그 사이트에서 이 앨범을 밴드의 가장 떨어지는 작품으로 꼽는 건 이유없는 일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네오프로그도 좋아하고 적당히 팝적인 둠-데스도 열심히는 아니지만 간혹 찾아듣는 이로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나 ‘Ghosts’나 ‘Dusk City’의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연주는 밴드가 자신들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이 앨범에서 베이스를 맡은 Marthe Berger Walthinsen는 Cybele의 데뷔작에도 참여했던 바로 그 분.
[The Laser’s Edge, 2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