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Darkthrone식 로큰롤 블랙메탈의 시작점? 물론 밴드가 크러스트코어 물을 보여준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Sardonic Wrath”부터는 꽤 본격적이기는 했지만 그 새로운 스타일이 노골화된 건 이 EP에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시점상으로도 밴드가 간만에 Peaceville로 복귀하고 낸 첫 앨범이었고, Darkthrone의 이름으로 나오는 첫 번째 EP였으니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계기다! 라고 생각하기엔 이래저래 충분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새로운 모습이라는 게 이런 거였을 거라고 예상했을 팬들은 생각보다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Darkthrone의 앨범이 Pitchfork에 리뷰가 올라올 정도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들을 아는 이들에게는 나름의 사건이었을 것이다.
지나서 보면 밴드가 “The Cult is Alive”에서 보여줄 blackened crust 사운드의 전초전격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이 EP때까지만 해도 블랙메탈의 물이 많이 빠지지는 않았다. 물론 4곡 모두 거의 쓰리 코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펑크풍의 전개이고, 그나마 블랙메탈의 형식에 가까워 보이는 ‘Too Old Too Cold’마저도 도입부의 펑크 리프와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 있지만) 그에 얹히는 Nocturno Culto의 클린 보컬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며, 무려 Siouxsie & the Banshees의 ‘Love in a Void’ 커버는 그 ‘creepy’한 분위기 덕분에 Master’s Hammer 생각까지 날 정도이지만 어색함은 지울 수 없다. 앨범을 만들면서 낄낄거렸을 Fenriz의 모습이 연상되긴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낄낄거리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90년대 초중반 밴드의 빛나던 시절을 생각하니 그러할 것이다. 이 EP야말로 Darkthrone이란 밴드의 진짜배기 배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는 이도 있고 실제로도 밴드는 이 앨범 이후 꽤 오랜 시간 ‘펑크쓰론’의 길을 걸었으니 의미있는 순간이라 부르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기분 좋을 때 낄낄거리지는 않는 법이니까.
[Peaceville, 2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