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 Neil “Exposed”

Vince Neil의 첫번째 솔로작. 흔히 Nirvana를 위시한 얼터너티브가 80년대 차트를 수놓은 헤비메탈의 시대를 끝장내버렸고 특히나 헤어메탈이 직격탄을 맞았다더라… 하는 게 일반적인 얘기지만 그럼 대체 그렇게 끝장나버린 게 언제냐? 하면 여기에 답하기도 좀 애매하다. “Nevermind”가 등장한 1991년인가 하면 그 이전부터 메탈이 한창 시절같진 않음은 이미 징후적으로 드러나고 있었고, 따진다면 Nirvana 이전에도 이미 펑크가 폭발할 기운은 무르익고 있었다(이에 대하여는 “1991: The Year Punk Broke”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사실 끝장났다고 얘기해서 그렇지 헤어메탈을 포함한 메탈 음악이 얼터너티브 이후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이건 메인스트림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을 때만 말이 되는 서사인 셈이다.

어쨌든 얼터너티브로 인한 헤비메탈의 종언 얘기가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서 이 Vince Neil의 솔로작이 헤어메탈이라는 장르가 차트에서 더 이상 생명력을 가지기 어려움을 명확하게 확인해 준 앨범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개차반같은 사생활을 떠나서 실력이나 인기나 단연 최고였던 Motley Crue의 멤버들 중에서도 최고의 개차반을 다투던 프론트맨 Vince Neil이 헤어메탈에 발을 담갔던 이들 중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일 Steve Stevens와 Ozzy Osbourne의 “The Ultimate Sin”을 통해 주가를 올리던 Phil Soussan(물론 앨범 나오기도 전에 쫓겨나긴 했지만)을 끌어들여 자기가 계속 해 왔던 스타일을 매끈하게 뽑아냈는데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절이 바뀌었다고 새로운 음악을 하자니 그런지나 얼터너티브 팬들이 찾아들어줄 거 같진 않고, 그래서 잘 하던 걸 더 가다듬어 내놓았는데도 통하질 않으니 뭐냐 이거 답이 없네 하고 본진으로의 복귀를 선택했을 Vince Neil의 짜증섞인 난봉이 보이는 듯하다. 지나서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 만든 게 “Generation Swine”이었다는게 문제이긴 한데 Vince 본인도 그렇게 되리라곤 예상 못 했을 거 같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앨범은 생각해 보면 어려운 시절을 집약된 역량으로 뛰어넘으려던 시도였던만큼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컬리스트의 솔로 앨범이지만 어디 가서 절대 묻힐 캐릭터가 아닌 Steve Stevens가 있는 만큼 테크니컬한 솔로잉을 담고 있고, 앨범의 절반 가량은 Phil Soussan이 작곡한만큼 Jake E. Lee 시절의 Ozzy Osbourne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구석도 있는 헤비메탈도 찾아볼 수 있다(특히나 ‘The Edge’). 사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을 그저 헤어메탈이라 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 보인다. Damn Yankess풍의 ‘Can’t Change Me’나 ‘You’re Invited (But Your Friend Can’t Come)’도 그렇고, 그냥 80년대 AOR/팝 메탈이 1993년 시점에서 보여줄 수 있었던 첨단이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달리 말하면 그 개차반 대마왕이었던 Vince Neil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한 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Warner Bros, 1993]

Wolverine “Anomailes”

“A Darkened Sun” EP를 제외한다면 Wolverine의 10년만의 복귀작. 저 EP도 어엿한 작품이거늘 왜 빼고 얘기하냐 한다면 전혀 할 말 없지만, 사실 밴드의 앨범이라기보다는 동명의 단편영화의 스코어 격으로 발표되기도 했거니와 밴드 본인들도 그건 공식 앨범은 아니라는데 박자를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음악은 10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전의 Wolverine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들을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고 부르곤 하지만 사실 그리 기타 리프의 힘이 강하진 않고 그보다는 신서사이저나 약간의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좀 더 신경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던 밴드인데, 이번 앨범에서도 좀 더 묵직해지긴 했지만 그런 방향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인다. ‘A Sudden Demise’ 같은 정도를 제외하면 강력한 리프는 찾아보기 어렵고, 보통 화려한 드러밍을 동반한 변화무쌍한 리듬감을 과시하는 것이 이 장르의 통례라면 적극적인 드럼머신 사용과 때로는 앰비언트에 가까울 정도의 사운드는 사실 메탈 팬에게 이 밴드를 추천하기 망설이게 하는 면이 있다. 좀 더 고전적인 발라드 형태의 곡들이 많기는 하지만 덕분에 이 앨범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는 (최근의)Riverside이다.

그래도 앨범을 조금은 지루한 발라드 패키지마냥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감성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는 보컬과 무척이나 연극적인 전개, 그리고 자칫 무척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음악을 화려하게 덧칠하는 건반이다. ‘Scarlet Tide’의 결말은 근래 들어본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들 중에 가장 감상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일 것이다. 애인에게 차이고 멜랑콜리한 뭔가를 듣고 싶은데 그래도 청승맞아 보이긴 싫다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물론 혹시 Wolverine 듣는다고 차인 거라면 달리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럴 리가 있을리야?

[Music Theories Recordings, 2026]

Hawkwind : Days of the Underground

어떤 밴드 하나를 잡아서 일련의 앨범들을 모두 다루는 책이란 그 앨범들을 모두 듣고 앨범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정리해야 할 저자로서는 상당한 수고를 요하는 과업임에 분명할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Hawkwind 같은 밴드를 소재로 이런 류의 책을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규모의 과업이면서 사실 어느 정도는 불필요해 보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앨범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은커녕 밴드의 수많은 앨범들과 무슨 고속도로 휴게소마냥 이 밴드를 거쳐 갔던 수많은 멤버들 기타 패밀리 밴드들의 앨범들을 생각하면 앨범마다 그리 길지만은 않은 단평을 달아 놓는 것만으로도 무시할 만한 분량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사실 21세기에까지 Hawkwind의 앨범을 찾아 듣는 이라면 아마도 음악을 들으매 개론서가 필요할 단계는 벌써 예전에 지나갔을 것이다. 사실 요새 같은 시절이라면 그냥 AI에 Hawkwind 디스코그라피 소개해 달라고 물어보면 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의 Joe Banks는 물론 AI가 등장하기 전에 책을 쓰기는 했지만 이러이러한 사정들을 잘 알았는지 책은 일반적인 개론서 형태와는 꽤 거리가 있다. 물론 Hawkwind의 연대기를 꽤나 소상하게 담고 있고 특히 1969년부터 1980년까지의 음악에 대해서는 좀 더 상세한 분석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연대기는 Hawkwind라는 단일 밴드의 연대기가 아니라 1960년대 중후반부터 이어지는 하이드 파크를 위시한 런던 각지에서 마리화나다 LSD다 하며 다양한 약물 냄새를 풍기며 각자의 자유로운 음악을 과시하던 영국 사이키델릭 씬(과 이를 둘러싼 영국 대중음악 씬)의 내용에 가깝고, 그 가운데에서 전통적인 작풍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보여주던 Hawkwind의 입지를 다양하게 서술한다. 그 가운데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트리비아들은 덤이다. 이를테면 Lemmy는 맨날 가죽옷을 입고 다녔지만 오토바이는 탈 줄도 몰랐다던가, New Order나 Sham 69마저 사실은 Hawkwind의 팬이었다던가, Michael Nyman(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하신 그 분 맞음)이 멤버로 합류할 뻔 했었다는가 등.

그리고 저자가 역설하는 내용들 중 좀 더 중요해 보이는 것은 적어도 “In Search of Space”부터는 확실히 가시화된 밴드의 SF적 모습이 흔히 이 시절 록 음악에 언급되곤 하는 ‘혁명적 경향’과는 구별되는 자발적인 반권위/반문화성의 표현이었고, 이후에도 옅어졌을지언정 그 급진성은 Robert Calvert의 가사를 중심으로 하여 살아 있었으며, 우리가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펑크다 포스트펑크다 장르를 짚어 가며 시대의 변화를 얘기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었으며 6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Hawkwind의 반문화적 활동은 70년대 후반까지 그 낙관성을 유지하고 이어져 왔으며, 대처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들은 더 이상 예전같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Hawkwind를 중심으로 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록 음악의 역사는 상당히 많이 바뀔 것이고, 저자는 이 Hawkwind에 대한 개론 아닌 개론을 통해 그 시대에 대한 색다른 시각의 기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입장에 수긍하는지를 떠나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록 음악의 팬이라면 Hawkwind에 대한 호오와 상관없이 일독을 권해본… 다만, Hawkwind를 한 장도 안 들어봤다면 책이 좀 재미없을지도 모르니 적어도 “Space Ritual” 라이브만큼은 듣고 읽어본다면 좋겠다. Joe Banks가 80년대에 대해서도 다시 책을 냈으면 좋겠다.

[Joe Banks 저, Strange Attractor Press]

Stíny Plamenů “Ve špíně je pravda”

Stíny Plamenů, 그러니까 이름을 정확히 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 체코 블랙메탈 밴드는 Barbarian Wrath 하면 쉬이 떠오르는 거칠면서도 적당히 구리구리한 류의 블랙메탈을 연주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쁜 건 절대 아니고 개인 취향으로는 솔직히 구리다보다는 꽤 들어줄만 하다에 가깝긴 하지만 이 레이블 발매작들이 Nazgul’s Eyrie 시절부터 그랬듯이 유명세(라기보단 악명)에 비해서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았던 나로서는 이 앨범이라고 딱히 달리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세계 블랙메탈의 역사에 비춰 보더라도 전례없어 보이는 컨셉트로 이름을 날린 이 밴드의 진가를 알게 되는 데는 꽤나 시간이 흘렀다. 아니 앨범명이나 가사나 전부 체코말로 써놓는 통에 내용을 알 수 없었던 이 밴드의 컨셉트가 하수도 블랙메탈인 줄 누가 알았을까? 무슨 닌자거북이도 아니고 하수구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전투와 투쟁의 이야기를 블랙메탈 앨범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니 편의상 하수도 전쟁이라 부를 이야기를 컨셉트로 하는 이 앨범의 진가를 체코어라고는 인사말조차 모르는 내가 파악하기는 어려울 일이고, 그러니 아쉬운대로 저 컨셉트는 진짜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넘어가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음악은 꽤 들을만 하다. 래스핑으로 일관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다른 톤과 억양에다가 때로는 클린 보컬까지 선보이면서 연극적인 면모를 과시하는 보컬, 거칠긴 하지만 생각보다 멜로딕하고, 간혹 팀파니(아마도 샘플링이겠지만)까지 등장하면서 조성되는 살짝 포크 바이브 묻은 ‘ritual’한 분위기에서 Master’s Hammer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Marduk의 ‘Nightwing’을 커버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나지만 그 선배들보다는 좀 더 격렬한(스피드 빼고) 연주를 들려주는 편이다. 취향은 타겠다만 분명히 이 음악을 흥겹게 받아들일 이가 있을 것이다. 재미있다.

[Barbarian Wrath, 2001]

Destiny’s End “Breathe Deep the Dark”

James Rivera 얘기 나온 김에 간만에. James Rivera의 본진은 단연 Helstar이고 이 오랜 경력의 보컬리스트의 가장 빛나는 순간도 Helstar의 80년대였을 것이지만 이 좋게 얘기하면 다재다능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절창들에 비해서는 항상 한 박자 늦게 생각나던 이 보컬리스트의 가장 빛나는 한 장을 고른다면 Helstar가 아니라 바로 이 Destiny’s End가 아닐까? 하지만 90년대 초반도 아니고 1998년은 이런 메탈 앨범이 주목받을 만한 시점은 확실히 아니고, 지금이야 이 밴드가 짧았지만 괜찮았네 어쨌네 하지만 James Rivera가 Horacio Colmenares와 의기투합해서 New Eden을 만들었다가 몇 달도 안 돼서 밴드는 깨지고 갑자기 Horacio만 빼고 밴드의 다른 멤버들을 헤쳐모아 만든 밴드가 Destiny’s End였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떠나서 밴드에 대한 인상은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수준이었다. 기대받을 만한 뭔가는 아니었던 셈이다.

어쨌든 그렇게 나온 밴드의 이 데뷔작은 놀라울 정도로 USPM, 그 중에서도 소위 ‘블루칼라 파워메탈’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다. 스래쉬로 넘어가기 직전 수준으로 격렬하게 벼려진 파워메탈 리프(인지라 이걸 스피드메탈 마냥 부르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를 앞세워 달려가다가도 어느새 소시적 Helstar마냥 서사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Clutching at Straws’ 처럼 클래시컬함을 던져주는 곡도 있다. 그러면서도 앨범을 관통하는 질주감에 실려 끝없이 던져지는 USPM 리프, 그러면서도 웬만한 USPM보다도 더 무겁고 어두운 연주는 자칫 생각없는 마초 메탈마냥 오해되는 이 장르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 데 가장 적절한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음악이야 어쨌든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안타까울 지경인지라 보인다면 무척 저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참고로 난 4천원(배송료 무료) 주고 샀다. 가성비도 이런 가성비가 없다.

[Metal Blade,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