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phael Weinroth-Browne(이하 RWB)은 나로서는 생소하지만, 인터넷 활용을 즐기는 이라면 해외 이런저런 메탈 또는 프로그레시브 관련 블로그에서 이름을 두어 번 정도는 본 적이 있을 만한 나름 ‘네임드’ 뮤지션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분은 첼리스트고, 어쨌든 흔히 록/메탈이라 분류될 음악을 하지 않는 분인데 정작 록/메탈 애호가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Metallica를 첼로 포함 실내악 편성으로 커버해서 라이센스까지 됐었던 Apocalyptica가 잠시 생각나지만, Apocalyptica는 악기만 바꿨지 곡의 구성 등에서는 록/메탈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유형이었다면 RWB는 그저 작곡 과정에서 메탈이나 포스트록, 기타 다른 장르의 영향들을 받았음이 분명해 보일 뿐 엄연히 ‘모던 클래시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애초에 방향 자체를 달리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양반이 이전에 Leprous, Lux Terminius, Fates Warning 등 걸출한 록/메탈 밴드들과 협연한 적이 없었다면 이만큼 록/메탈 팬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Empyrean”은 RWB가 그런 이력이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고 답하는 듯 묵직한 결과물을 담고 있다. 대위법적(이라기보다는 무척이나 Bach풍)인 첼로 멜로디가 주선율이 되지만(애초에 ‘Speed of Light’의 메인 테마 자체가 G선상의 아리아이다 보니) 그 핵심 아이디어가 딱히 ‘리프’마냥 역할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록/메탈과는 엄연히 다른 방식을 취하지만, 신서사이저 스타일의 앰비언스, 트랙이 넘어가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곡이 바뀌었다는 것조차 의식하기 어려운 매끄러운 전개와 함께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분위기, 그러다가 ‘Reflection’에서 파열음을 동반한 백킹 연주에 실려 전면에 멜로디를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 아 이 분 진짜 메탈 좀 들으셨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이런 연주에 인더스트리얼식 파열음과 호전적인 분위기를 입혀낸다면 쇳소리의 정도는 있을지언정 martial industrial과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지금 첼로 등으로 진짜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서 그렇지 좀 싸구려 신서사이저로 악기를 바꾸고 모티브를 단순화시켜서 좀 더 싼티나게 풀어낸다면 던전 신스처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메탈헤드가 굳이 메탈헤드가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한 음악의 특징을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딕풍 분위기나 과도한 노스탈지아의 호소에 기대지 않고(달리 말하면 ‘징징대지 않고’) 메탈다운 스타일로 연주되는 모던 클래시컬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일청을 권한다.
[Self-financed,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