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가 됐든 Satarial이란 밴드의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였음은 분명해 보이는 밴드의 1998년작. 솔직히 계속 데뷔작으로 알고 있었지만 metal-archives에 의하면 이게 2집이라는데, 진짜 1집이라는 “…and the Flame will take the Temples of Christ”는 1996년에 테이프로만 나왔었고 2005년에야 CD화됐다니 이쯤 되면 그냥 이 앨범을 계속 데뷔작으로 착각하고 있는대도 밴드 본인들의 억울함이야 없지 않겠으나 납득 못할 건 없어보인다. 밴드 본인들이야 자기들이 사실은 러시아 블랙메탈의 시초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데뷔시기에 관심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일개 청자에게는 그래서 뭐 달라질 건 없을 일이다. 굳이 러시아 블랙메탈의 역사를 따진다면야 1995년에 “Dwellers of the Cursed Forest”를 내놓은 Drauwath 같은 사례도 있는데 1996년으로 비빌 것도 아니다 싶고, 사실 러시아에서 이렇게 자웅을 겨뤄본들 결국 바로 옆동네의 Nokturnal Mortum 보기에는 뭔 부질없는 짓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각설하고.
그럼 Satarial이 원래 연주하는 스타일은 무엇이었나? 하면 그 즈음의 Nokturnal Mortum이 그랬던 것처럼 포크풍 강한 블랙메탈에 약간의 심포닉을 곁들인(물론 Nokturnal Mortum 쪽이 훨씬 화려하긴 하다) 류의 음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플루트에 바이올린까지 챙긴 나름 대편성의 라인업에 비해서는 연주하는 음악은 직선적이다못해 다소 심플한 전개의 블랙메탈인데, 중간중간 플루트 간주를 통해 나름의 극적인 맛을 더하는 정도? 여성보컬만 빼면 사실 적당히 전원적인(달리 얘기하면 좀 경박한) 멜로디와 쿵짝쿵짝 분위기가 소시적의 Graveland 생각이 나는 구석도 있는데, Graveland에 비해서는 묵직한 맛은 전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 밴드의 수준을 그런 A급에 비교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저 90년대 중후반 pagan한 맛을 나름 잘 살려내던 포크 블랙메탈 스타일을 기억하는 이라면 퍽 익숙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스타일에 익숙한 이라면 A급이 아니다 뿐이지 전체적으로 편히 듣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복잡하게 가지 않고 직선적으로 밴드 나름의 매력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I Damned You Holy One!’이 앨범의 백미.
[Hobgoblin,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