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illion의 현재까지 정규반으로서는 최근작. 그러니까 신작이 나온지도 따지고 보면 4년 가까이 되고 있는 셈인데, 이 분들이야 체급이 있는지라 본인들 레이블에서 계속해서 라이브나 EP, 컴필레이션 등을 내놓고 있고 거의 팬클럽용 아이템에 가까울 EP들을 제외하면 대개 여느 밴드의 정규 라이브앨범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어서 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체감과는 사뭇 다르다. 하긴 그럼에도 이 공룡 밴드의 2022년작을 다룬 국내 사이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밴드가 한창 때처럼 매년 신작을 내놓지 않는 게 정상적일 것이다. 좀 있으면 이제 평균 나이 60도 아니고 70을 넘어가실 분들이기도 하고.
시절이 시절이라 코로나 시기에 대한 Marillion의 대답이라는 게 일반적인 소개인 듯하지만 Steve Hogarth 본인부터가 팬데믹에 대해 굳이 언급하려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배어들었을 뿐이라 하고 있으니 굳이 코로나 얘기를 하는 건 맞는 얘기일지언정 밴드 입장에서는 그리 기껍지만은 않을지도? 일단 확연히 전작보다 밝아진 멜로디와 분위기도 코로나 시대보다는 차라리 그 시절을 헤쳐나가기 위한 희망을 그렸다고 하는 게 나아 보이고, 특히 ‘Care’의 후반부 ‘Every Cell’부터 ‘Angels on Earth’의 화려한 피날레까지는 과장 좀 섞으면 이 우울한 시기를 극복해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들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전작부터 이어지는 모습이긴 하지만) 밴드가 Steve Hogarth 합류 이후 잘 보여주지 않았던 조곡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러면서도 Steve Hogarth 합류 이후 밴드의 색채를 상징하는 모던한 얼터너티브 색채는 오히려 90년대 – 특히 “Season’s End”와 “Anorakphobia” 사이의 그 시절 – 보다도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Fish 시절의 팬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Hogarth 시대의 앨범을 꼽는다면 이제는 이 앨범이 아마 거의 첫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싶고, 밴드가 이런 서사적인 여정과 희망찬 분위기를 동시에 그려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는 Fish보다는 Hogarth의 보컬이 훨씬 어울릴 것이다. 간만에 듣는데도 꽤 감명깊었다.
[Ear Music,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