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팀도 도망가고 캘리포니아에 강림한 고담시티 마냥 이미지가 박힌 오클랜드 출신 데스메탈 밴드의 2집. 따지고 보면 2007년부터 시작된 나름 잔뼈 굵은 밴드지만 2024년에 나온 “The Skorian/The Greyleer”는 이 밴드가 이미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얻은 위명에 비해서는 조금은 평범하다는 인상을 준 편이었다. 사실 레이블(Profound Lore)도 그렇고 신경쓴 티가 역력한 만듦새를 보면 그건 밴드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미 2024년에 청자들은 Blood Incantation나 Tomb Mold를 위시해서 2020년대에 등장한 ‘스페이스한’ 데스메탈에 이미 익숙해진 탓에 가까워 보인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본전 생각 살짝 났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밴드에게 현재의 명성을 안겨 준 것은 수려한 데뷔작도 있긴 하지만 단연 이 “Offscourings”가 아닐까 싶다. “Emberdawn”에서부터 그랬지만 이 밴드가 동시대의 다른 데스메탈 밴드들과 구별된 것은 80년대 스래쉬메탈/데스메탈 고전에 대한 향수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런 모습들을 명민하게 배치해서 마치 새로운 음악을 듣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었는데, 이 앨범에서도 그 점은 다르지 않지만 “Punishment for Decadence” 시절의 Coroner와 Voivod를 열심히 듣고 연구했는지 헤비 리프는 전작에 비해서 확실히 줄어들었고, 그보다는 메인 멜로디를 화려한 테크닉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들로 변주하면서 그 프레이즈들이 서로 ‘미끄러지는’ 지점을 통한 최면적인 분위기가 앨범의 중요한 부분을 꿰찬다. 사실 이런 방식은 데스메탈보다는 ‘weird folk’ 류의 음악에서 많이 등장하는 모습이고, 그리 클래시컬하지는 않다는 점만 빼면 오히려 소시적의 Obtained Enslavement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덕분에 처음에는 꽤 당황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근래의 데스메탈 중에서 이만큼이나 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앨범은 아마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Sonstead Blight’는…. Gorguts나 Deathspell Omega의 길을 걷지 않았지만 프로그레시브에 관심이 많았던 데스메탈 밴드가 80년대 스래쉬/데스의 유산을 잃지 않으면서 보여줄 수 있는 또다른 상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귀에는 호오를 좀 타겠지만 이 정도라면 프로그레시브 데스의 팬이라면 아마 근 몇 년간 최고의 앨범으로 꼽을 이들도 있어 보인다. 일단 난 그쪽 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앨범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솔로도 별로 없는 앨범이 이렇게 화려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또 신기해진다.
[Hessian Firm,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