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랐는데 이 앨범이 작년 말에 재발매됐다기에 간만에. 가끔 미국 파워메탈의 ‘hidden gem’ 식으로 언급되기는 하는 앨범이고, 이 앨범을 재발매한 Arkeyn Steel은 살짝 프로그레시브 터치를 담아낸 미국 파워메탈의 역작이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있지만, 큰 맘 먹고 앨범을 재발매했을 레이블의 애정어린 시선을 살짝 걷어내고 본다면 이 앨범이 그 정도로 걸작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데뷔작인 “Visions”가 중간중간 과시적인 오케스트럴이 있을지언정 결국 Queensrÿche 초창기풍 파워메탈의 공식을 좀 더 따라가는 편인 음악이었다면 좀 더 ‘프로그레시브’에 기울어진 류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89년도 아닌 1999년에 나온 이 앨범을 시대를 앞서갔네 할 것도 전혀 없다. 말하자면 레이블이 광고성일지언정 보내주는 찬사에 부합하려면 장르의 미덕을 모두 담아낸 걸작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아무래도 이 앨범에 만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애초에 ‘hidden gem’이라고 딱히 싸게 나오지도 않는 이 앨범에서 가성비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그런 사정을 다 떠나서 80년대 US 파워메탈에 애정이 있는 청자라면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Geoff Tate보다는 차라리 Midnight를 좀 간사하게 바꾼 스타일에 가까운 Rick A. Shay의 보컬은 솔직히 듣다 답답할 때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자신의 기량만큼은 분명히 보여주고, 음악이 음악인지라 고음역에서는 Ray Alder을 떠올릴 만한 부분도 없지 않다. 듣다 보면 이거 CCM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찬송가풍인 데가 있는데(이를테면 ‘I’ve Gone Beyond’) 덕분인지 장르의 전형에 비해서는 사실 그리 화끈하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정적이라면 정적인 전개를 굴곡 있는 리듬을 통해 나름대로 극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뭐 그래도… 소시적 James Rivera가 활발하게 저니맨처럼 활동하던 시절(지금은 뭐 하릴없이 노신다는 얘기는 아님) 적당히 프로그한 구석이 있는 밴드들에서 보여주던 퍼포먼스에 비해 이들이 더 낫다거나 하는 말은 못하겠다. 장르의 팬이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Fortunate, 19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