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untess의 특징이라면 90년대 초중반 블랙메탈의 무시할 수 없는 흔적이자 그 시절 블랙메탈을 추구하면서도 노르웨이풍을 좇지 않았던 드문 사례라는 점일 것이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특징은 좋게 얘기하면 헤비메탈의 클래식들을 늘 기억하게 하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나름 블랙메탈의 기운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랬고 나름 이름이 알려진 이후에도 결코 변치 않았으며 30년 이상 밴드를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한 그 구리구리함 덕분에 이만큼 나름 알려진 밴드들 중에서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도 흔치만은 않을 것이다. 짐작건대 여기에는 블랙메탈의 역사에서 구리구리함으로는 손꼽을 만한 레이블이었던 Nazgul’s Eyrie 덕분인 것도 있을 것이다. 밴드와 함께 영광과 굴욕의 역사의 상당부분을 함께해 온 Opyros의 프로듀스는… 나는 이 분이 스튜디오에서 손 댄 앨범들 중에 구리구리하지 않았던 경우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늘 그랬던 건 아니지만 흥겨움이라면 어디 가서 쉬이 밀리지 않는 스타일의 Cruachan마저도 Opyros와 함께한 시절에는 구리구리했다. 각설하고.
어쨌든 그래도 이 근성의 밴드는 레이블을 떠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해서 금년에는 드디어 17번째 정규작을 내놓았고, 이번에는 곡명만 보면 Countess보다는 Amon Amarth 같은 밴드가 떠오를 만한, 전쟁이나 이에 참여하는 전사들, 전설적인 존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 밴드가 적어도 “Fires of Destiny”부터는 헤비메탈의 기운이 더욱 강해지면서 이제는 블랙메탈이라 부르기 조금은 애매해진 음악을 연주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Amon Amarth보다는 Manilla Road 같은 밴드를 연상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전임자인 Zagan에 비해서는 확실히 덜 어두운 톤을 선보이는 Valgard의 기타도 그렇고, 더 올라가 70년대 하드록풍까지 나아가는 Häxa의 건반과 Mortüüm의 드럼(솔직히 Ian Paice 생각이 난다. 블랙메탈 드러머가 이게 웬말이냐)에 어우러지는 Orlok 특유의 걸걸한 샤우팅은 서로 잘 어울릴지언정 블랙메탈 앨범에서 기대할 만한 그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이 밴드가 언제는 안 그랬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헤비메탈의 기운이 좀 더 짙어진 덕에 근작들에 비해서는 좀 더 경쾌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일 것이다. 그나마 기존의 펑크풍 짙은 스타일을 보여주는 ‘Slaves Shall Serve’ 같은 곡에서 밴드 본연의 모습을 찾는 이들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가 됐든 Orlok 이 양반은 애초에 노래를 왜 이 따위로 부릅니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결국은 특유의 구리구리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 앨범이 그리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뭐가 됐든 하 구리다.
[Self-financed,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