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e라는 이름은 나로서는 오랜만이다. 데뷔작이었던 “A Spell for the Death of Man”은 그 시절 DSBM의 한 타이밍 늦었지만 아쉬운대로 뛰어난 앨범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미국 밴드들이 그랬듯이 포스트펑크와 슬럿지 등의 면모들을 담아내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내 취향과는 많이 멀어져버렸다. “Withdrawal”에 대한 평은 좋았지만 어쨌든 잊을만 하면 쉬지 않고 튀어나오는 하드코어스러움은 못내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 앨범을 찾아듣는 데는 꽤 많은 망설임이 있었던 편이다. 하긴 그러니까 나온 지 8년도 넘게 지난 앨범을 이제 와서 어땠다고 쓰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어디 가서 블랙메탈 좀 찾아듣는다 하기도 좀 그렇다.
그래도 “Hope Attrition”은 그런 USBM 냉담자의 귀에도 꽤나 좋게 들린다. 당장 “A Spell for the Death of Man”에 실렸어도 어색하지 않아 보이는 ‘Unending Call of Woe'(덕분에 곡명부터 의미심장하게 보인다)부터 시작해서, 펑크풍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작들보다 확실히 무겁고 웅장해진 분위기(‘The Din of the Mourning’), 때로는 Drudkh의 좋았던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의 극적인 구성(‘Abject in Defeat’) 등을 보자면 내가 애초에 블랙메탈의 어떤 부분들을 좋아했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기대했던 수준을 꽤 상회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다만 데뷔작의 좀 더 ‘자욱한'(달리 말하면 ‘먹먹한’) 분위기가 이런 스타일에는 더 어울리지 않나 싶기는 한데, 좀 더 선명해진 멜로디를 보면 한 장이라도 더 팔리려면 이런 게 맞는 방향이겠구나 생각도 든다. 멋진 앨범이다.
[Vendetta,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