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xtar “Sju”

Darkstar도 아니고 Darxtar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progarchives에 의하면 K. Sören Bengtsson이 1970년대 초반 Hawkwind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 스웨덴 밴드라는데 저게 얼마나 돋보이는 거 없는 얘기인지는 별로 첨언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Darxtar는 결국 Darkstar의 말장난일 것이고, 그리 센스가 돋보이지는 않아 보이는 이름이지만 Darkstar라는 밴드명으로 활동하는 밴드 치고 맘에 안 들었던 적도 딱히 없었으므로(라기엔 표본이 2개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냥 밴드명 같은 거 별로 신경 안 쓰고 음악 하나에만 집중했기를 바라며 들을 뿐이다. Black Widow도 Hawkwind풍 스페이스록에는 나름 일가견 있다…고까지는 못해도 꽤 수준작들을 내놓은 바 있으니 괜히 이런 앨범을 내지는 않았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앨범은 그 정도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는 충분해 보인다. 굳이 비교하자면 Hawkwind풍 스페이스록에서 하드함을 좀 덜어내고 대신 Pink Floyd풍의 ‘부유하는’ 분위기(“A Saucerful of Secrets” 시절의)로 빈자리를 메꾼 스타일인데, 그래도 사실 16분을 넘는 ‘7’(중에서도 David Gilmour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 솔로잉)을 제외하고는 노골적으로 Pink Floyd스러움을 드러내는 부분은 별로 없다. 오히려 ‘This Alien Nation’은 꽤 절도있는 비트와 헤비 리프에 해먼드 오르간을 끼얹은 의외로 ‘전형적인’ 전개의 헤비 록인데, 또 이어지는 ‘Eastern Wind’는 반대로 즉흥성을 가미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어 의외로 다채로운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다. Porcupine Tree의 “The Sky Moves Sideaways”가 1995년이었으니, 그보다 살짝 늦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 시절의 Darxtar는 Porcupine Tree와 비교하더라도 많이 밀릴 것까지는 없었던 밴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긴 1995년의 Porcupine Tree도 Pink Floyd 따라쟁이라고 싫은 소리 듣던 건 마찬가지였구나.

늦게 알았지만 하나씩 슬슬 구해 봐야겠다.

[Black Widow, 1996]

Purzum “Filosofeline”

Burzum의 이름 한번 못 들어본 블랙메탈 팬은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고, Varg Vikernes부터가 블랙메탈의 역사에서 가장 악명높은 불한당(이자 어그로꾼)의 하나였으므로 이 장르의 때로는 좀 지나쳐보이는 심각함을 삐딱하게 바라본 이라면 Burzum의 이름이나 음악을 가지고 장난 한 번 쳐보지 않은 이도 별로 없었을 것인데, Bathory의 경우에는 어쨌든 음원까지 존재했던 밭소리가 있었다면 Burzum의 경우에는 음원까진 아니어도 ‘뻘쭘’ 정도의 말장난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뮤지션은 아니지만 comfy synth를 표방하고 정말 이런 이름으로 음악을 내놓는 뮤지션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낄낄거리면서 얘기할 만한 소재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사실 뻘쭘보다는 펄쭘 정도로 불러주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이쯤 되면 청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발음이 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Burzum의 스타일과는 많이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Burzum은 본격적으로 다크 앰비언트를 선보이기 전 어쨌든 “Filosofem”까지는 앰비언트성 짙을지언정 지글거리는 기타가 등장하는 음악을 연주했다면 Purzum은 “Filosofem” 이후 Burzum이 써먹었을 만한 편성으로 꽤 평화로운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기본적으로 던전 신스라고 해야겠지만 보통 던전 신스가 어두컴컴한 가운데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분위기를 그려낸다면(이를테면 모르도르로 가는 키리스 웅골의 풍경이라던가) 던전은커녕 모험 중간에 등장하는 평화로운 마을에 잠시 들러서 저녁밥 먹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류라고 할까? 게다가 곡명들만 봐도 알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넘버들을 이용한 유쾌한 패러디들이기 때문에(‘Painhealer’, ‘Slumber of the Beast’, ‘Countdown to Relaxation’ 등) 이 음악을 심각한 표정을 하고 듣는 모습은 아무래도 떠올리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comfy synth’라는 서브장르라기에도 좀 많이 ‘sub’한 이 스타일의 정의에는 지극히 충실한 음악인 셈이다.

계속 찾아들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으나 유쾌함만큼은 확실한 앨범이다.

[WereGnome, 2021]

Marduk “Nightwing”

B. War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Marduk은 90년대 초중반 블랙메탈의 묵직한 이름들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세월이 지나서도 힘이 덜 빠진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밴드의 가장 빛나던 시절은 “Opus Nocturne”부터 “Panzer Division Marduk”까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Marduk의 클래식 라인업을 꼽는다고 할 때 보컬의 Legion과 기타의 Morgan Hakansson은 고정이라 치고 나머지 두 자리는 결국 B. War와 Fredrik Andersson이 아닐까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래도 ‘Of Hells Fire’와 ‘Slay the Nazarene’을 Marduk의 가장 대표적인 곡들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Marduk의 한 장의 앨범을 고른다면 이 앨범이다(물론 대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제일 유명한 거야 “Heaven Shall Burn… When We Are Gathered”겠지만 그 앨범이 어쨌든 “Opus Nocturne”까지의 모습과는 달리 Abyss 스튜디오의 힘을 빌어 본격적으로 몰아붙이는 사운드를 선보이려는 과도기적인 면모가 있었다면 “Nightwing”은 동일한 방향성이지만 나름대로 감을 잡았다는 밴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후속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꽤 유명한 얘기일지언정 블라드 체페슈 이야기를 컨셉트로 한 앨범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밴드가 현명했던 것은 앨범을 통째로 컨셉트 앨범으로 만들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청자는 전반부의 비교적 익숙한 Marduk 스타일을 즐기다가 후반부의 본격 Marduk식 서사시를 즐길 수 있다. B. War가 참여한 Marduk의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베이스가 살아 있는 앨범을 고른다면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Marduk류의 블랙메탈이 베이스가 돋보일 만한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 시절의 그 ‘서사성’을 밴드는 이후 한 번도 재현하지 못한다. “Panzer Division Marduk”의 시종일관한 블래스트비트에 박수치는 이들도 많겠지만 이 밴드가 그런 휘몰아치는 연주 말고도 할 줄 아는 게 많았다는 걸 가끔은 잊어버리곤 하는데, 아마도 밴드 본인들도 그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 밴드의 행보를 보다 보면 지울 수가 없다.

[Osmose, 1998]

Darkthrone “Too Old Too Cold”

바야흐로 Darkthrone식 로큰롤 블랙메탈의 시작점? 물론 밴드가 크러스트코어 물을 보여준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Sardonic Wrath”부터는 꽤 본격적이기는 했지만 그 새로운 스타일이 노골화된 건 이 EP에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시점상으로도 밴드가 간만에 Peaceville로 복귀하고 낸 첫 앨범이었고, Darkthrone의 이름으로 나오는 첫 번째 EP였으니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계기다! 라고 생각하기엔 이래저래 충분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새로운 모습이라는 게 이런 거였을 거라고 예상했을 팬들은 생각보다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Darkthrone의 앨범이 Pitchfork에 리뷰가 올라올 정도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들을 아는 이들에게는 나름의 사건이었을 것이다.

지나서 보면 밴드가 “The Cult is Alive”에서 보여줄 blackened crust 사운드의 전초전격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이 EP때까지만 해도 블랙메탈의 물이 많이 빠지지는 않았다. 물론 4곡 모두 거의 쓰리 코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펑크풍의 전개이고, 그나마 블랙메탈의 형식에 가까워 보이는 ‘Too Old Too Cold’마저도 도입부의 펑크 리프와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 있지만) 그에 얹히는 Nocturno Culto의 클린 보컬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며, 무려 Siouxsie & the Banshees의 ‘Love in a Void’ 커버는 그 ‘creepy’한 분위기 덕분에 Master’s Hammer 생각까지 날 정도이지만 어색함은 지울 수 없다. 앨범을 만들면서 낄낄거렸을 Fenriz의 모습이 연상되긴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낄낄거리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90년대 초중반 밴드의 빛나던 시절을 생각하니 그러할 것이다. 이 EP야말로 Darkthrone이란 밴드의 진짜배기 배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는 이도 있고 실제로도 밴드는 이 앨범 이후 꽤 오랜 시간 ‘펑크쓰론’의 길을 걸었으니 의미있는 순간이라 부르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기분 좋을 때 낄낄거리지는 않는 법이니까.

[Peaceville, 2006]

Gouge “Pure Deathfuck”

Avmakt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Avmakt의 Christoffer Bråthen가 하는 또 다른 듀오 밴드의 11년만의 근작? 솔직히 나로서는 이 밴드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복귀작이라고는 하나 복귀작이란 말이 그리 쉬이 나오진 않는다. 뭐 그래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Hells Headbangers에서만 앨범이 나온 거 보면 레이블도 10년동안 개점휴업인 밴드를 쪼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얘기일테니 나름대로 기대를 가질 만한 구석은 있어 보인다.

그렇게 접한 음악은 꽤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90년대를 넘어 80년대 중반 즈음 데스메탈 태동기의 스래쉬와 데스의 구분조차 조금은 모호한 구석이 있는 사운드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살짝 그라인드 물을 먹은 모습을 보여주는 리프는 Repulsion 같은 밴드를 연상케 하는 면모도 있다. 당연히 이 쯤 되면 먼저 떠오를 법한 이름은 Autopsy이고, 당장 Bråthen의 보컬도 Avmakt에서와는 달리 Chris Reifert를 좀 의식한 듯한 스타일인데, 그래서인지 ‘Enemies’에서는 Autopsy의 음습한 면모를 의식한 듯한 리프도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밴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이 나름 오래 된 스타일에 의외로 세련된 멜로디와 솔로잉을 덧붙혀내면서 의외일 정도로 깔끔한 ‘올드스쿨’ 사운드를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EP인지라 12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문제인데, 보너스로 2012년의 “Doomed to Death” EP를 같이 붙여 놓았고 이것도 무척 멋지므로 이 정도면 용서해 줘야 하지 않겠나. 대단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흘러간 스타일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2012년에 비해 나름의 개성을 2026년에 어떻게 덧붙여냈는지 비교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이겠다. 본인들도 그만큼 자신있었으니 그러지 않았겠나 싶기도 하고.

[Hells Headbangers,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