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er “Dissonance Theory”

Megadeth를 표현할 때 흔히 나오곤 하는 용어들 중 하나가 ‘intellectual thrash’라는 것이었는데, 일단 ‘intellectual’이 장르명에 들어갈 만한 표현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지적인 스래쉬메탈 밴드를 고른다고 한다면 Megadeth보다는 Coroner 같은 밴드가 그 정답이지 않을까? 사실 “Rust in Peace” 같은 앨범이 아니었다면 Megadeth에 대한 이미지는 – 전형적인 스래쉬 밴드도 아니기는 하지만 – 그런 ‘지적인’ 메탈 밴드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한다면 밴드의 정점은 아닐지언정 때로는 아방가르드한 면모까지 느껴지던 “Grin” 같은 앨범의 음악이 지적인 밴드 컨셉트에는 더 맞을 것이다. 물론 그건 스래쉬 밴드에게 반드시 장점은 아닐 수 있고, 특히 전작(“Mental Vortex”)에서 스타일적인 혁명이랄 것까지는 없겠으나 스래쉬의 공격성과 실험적인 면모를 거의 정점에 가깝게 엮어낸 밴드에게는 더욱 그렇다.

예상도 못 하다가 받아든 이 32년만의 신보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이 밴드의 날카로움이 놀라울 정도로 빛이 바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Grin”부터 슬슬 강조되던 그루브감은 이번 앨범에서도 상당히 전면에 드러나 있지만 “Grin”보다는 그 이전의 앨범들에 가까울 정도의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리프가 있으며, 리프 자체는 익숙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뮤트를 이용해 그루브와 동시에 사이사이의 뒤틀림을 만들어내는 모습 – 아마도 djent 스타일을 의식했을 법하다 – 을 보고 수없이 등장했고 지금은 대개 많이들 한풀 꺾인 후대의 리바이벌 스래쉬 밴드들에 비해서도 훨씬 세련되고 공격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돌아온 탕아… 마냥 표현하면 과장인가? 특히나 ‘Transparent Eye’의 코드 보이싱, ‘Renewal’의 프로그레시브한 전개를 보자면 이 분들 대체 왜 그리 오래 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히 최고의 복귀작이란 말을 쓸 수 있어 보인다.

참고로 2CD 버전에는 1986년의 “Death Cult” 데모가 보너스로 들어 있는데, 일찌기 No Remorse에서 재발매되었고 사실 부틀렉으로는 꽤 흔하므로 들을만한 분들은 거의 들어보셨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쪽을 권한다. Tom G. Warrior가 보컬을 잡은 Coroner를 언제 들어보겠는가? 이래저래 알짜배기인 셈이다.

[Century Media, 2025]

Marillion “An Hour Before It’s Dark”

Marillion의 현재까지 정규반으로서는 최근작. 그러니까 신작이 나온지도 따지고 보면 4년 가까이 되고 있는 셈인데, 이 분들이야 체급이 있는지라 본인들 레이블에서 계속해서 라이브나 EP, 컴필레이션 등을 내놓고 있고 거의 팬클럽용 아이템에 가까울 EP들을 제외하면 대개 여느 밴드의 정규 라이브앨범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어서 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체감과는 사뭇 다르다. 하긴 그럼에도 이 공룡 밴드의 2022년작을 다룬 국내 사이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밴드가 한창 때처럼 매년 신작을 내놓지 않는 게 정상적일 것이다. 좀 있으면 이제 평균 나이 60도 아니고 70을 넘어가실 분들이기도 하고.

시절이 시절이라 코로나 시기에 대한 Marillion의 대답이라는 게 일반적인 소개인 듯하지만 Steve Hogarth 본인부터가 팬데믹에 대해 굳이 언급하려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배어들었을 뿐이라 하고 있으니 굳이 코로나 얘기를 하는 건 맞는 얘기일지언정 밴드 입장에서는 그리 기껍지만은 않을지도? 일단 확연히 전작보다 밝아진 멜로디와 분위기도 코로나 시대보다는 차라리 그 시절을 헤쳐나가기 위한 희망을 그렸다고 하는 게 나아 보이고, 특히 ‘Care’의 후반부 ‘Every Cell’부터 ‘Angels on Earth’의 화려한 피날레까지는 과장 좀 섞으면 이 우울한 시기를 극복해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들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전작부터 이어지는 모습이긴 하지만) 밴드가 Steve Hogarth 합류 이후 잘 보여주지 않았던 조곡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러면서도 Steve Hogarth 합류 이후 밴드의 색채를 상징하는 모던한 얼터너티브 색채는 오히려 90년대 – 특히 “Season’s End”와 “Anorakphobia” 사이의 그 시절 – 보다도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Fish 시절의 팬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Hogarth 시대의 앨범을 꼽는다면 이제는 이 앨범이 아마 거의 첫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싶고, 밴드가 이런 서사적인 여정과 희망찬 분위기를 동시에 그려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는 Fish보다는 Hogarth의 보컬이 훨씬 어울릴 것이다. 간만에 듣는데도 꽤 감명깊었다.

[Ear Music, 2022]

Budgie “Power Supply”

Budgie를 되게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편이고 이 밴드가 후대의 메탈 밴드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음도 분명하지만 이 밴드를 걸출한 ‘헤비메탈 밴드’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밴드를 보통 메탈 밴드라고 부르곤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밴드를 아는 이들의 상당수는 애초에 Metallica 덕분에 이 밴드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역시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난 훗날의 밥벌이를 걱정하지만 딱히 아이디어는 없고 해서 다음주도 근근이 살아남을 것을 다짐하곤 하는데 쓸데없는 얘기는 이쯤하고.

1980년의 Budgie도 (뭐 나랑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만)어찌 보면 비슷한 것이 이미 밴드는 “Bandolier” 이후부터는 슬슬 시절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들어오고 있었고, 펑크의 폭발 이후에는 더욱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었으며, 그렇다고 밴드가 본격 헤비메탈이었던 적도 딱히 없었던 듯하니 NWOBHM 딱지를 붙이기도 애매했을 것이다. 나쁘진 않았지만 성공적이지도 않았던 “Impeckable”를 마지막으로 탁월한 리프메이커였던 Tony Bourge도 떠나버렸다. 말하자면 Burke Shelley도 밥줄을 걱정하는 이 블로그 주인장마냥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밴드가 유지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지는 Deep Purple의 멤버들이 잘 보여주고 있었으니 골머리 썩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여기서 Budgie의 선택은 본격적으로 NWOBHM에의 합류였고, “Power Supply”가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덕분에 밴드의 기존 프로그레시브하고 서사적인 면모를 기대한 이들은 아마 실망스러웠을 것이고, 어찌 보면 “British Steel”의 열화판마냥 대부분의 곡들이 유사한 모티프와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그리 기껍지는 않다. 하지만 ‘Forearm Smash’의 강렬한 리프와 Judas Priest와 이제는 보컬까지 비슷하게 가는 ‘Hellbender’, 아이러니하게도 밴드 기존의 분위기가 살아있지만 제목만큼은 헤비메탈 찬가가 돼버린 ‘Metal Revolution’ 등 모든 곡이 당대의 어느 메탈 앨범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힘을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이 앨범을 Budgie의 최고 걸작으로 꼽을 이는 아마 없다시피하겠지만, 어쨌든 이젠 헤비메탈의 숨겨진 구루처럼 대접받는 이 밴드의 가장 메탈적인 앨범은 누가 뭐래도 “Power Supply”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Dream Theater 내한공연을 또 못 가고 집에서 밥줄 걱정을 하고 있는 동안에 굳이 이 앨범을 한번 더 찾아 듣는다. 결국은 모두들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게 이 앨범에 대한 주된 감상이렷다. 그런데 이게 앨범 리뷰가 맞나?

[Active, 1980]

Fer de Lance “Fires on the Mountainside”

시카고 출신 헤비메탈 밴드의 2집. 사실 헤비메탈이란 말보다는 ‘epic’이란 단어가 더 자주 붙는 편이지만 여기서 ‘epic’은 Manilla Road 식의 메탈을 가리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걸 Rhapsody풍 파워메탈마냥 오해할 필요는 없다(커버 때문에 굳이 하는 말이긴 하다).

그래도 이런 류의 밴드들 중에서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Manilla Road가 그랬듯 둠과 프로그레시브의 면모는 당연해 보이지만 거기에 블랙메탈/바이킹메탈(굳이 고른다면 Bathory)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고, ‘Ravens Fly(Dreams of Daidalos)’에서는 바이킹이라고 하기도 좀 부족해 보일 정도의 흥겨운 포크 바이브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하나가 두드러지지 않고 나름의 웅장한 서사를 이뤄 간다는 게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건 사실 Rotting Christ 같은 밴드가 제일 잘 하는 것이긴 한데… 밴드가 인터뷰에서 Deep Purple과 Rotting Christ 사이 어딘가의 음악을 목표로 한다고 하는 걸 보면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Children of the Sea and Sky’ 같은 Manowar풍 웅장함을 드러내는 헤비메탈이 결국은 앨범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이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을 2025년 최고의 헤비메탈 걸작들 중 하나로 꼽는대도 나로서는 불만이 없다. 기억할 이름이 또 늘었다.

[Cruz del Sur, 2025]

Impetigo “Ultimo mondo cannibale”

Mark Sawickis가 죽었다. 아무래도 좁디좁은 인력 풀에서 인재를 찾다보니 잘한다는 인물은 이런저런 많은 밴드들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사례도 흔한 게 이쪽 동네라지만 장르의 네임드임에도 불구하고 Mark가 다른 밴드와 함께 활동한 경우는 게스트로 한 소절 휘갈겨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어렵지만(있기는 있나?) Impetigo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장르의 역사에서 Mark를 기억할 이유는 차고도 넘칠 것이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Impetigo는 이런저런 스플릿과 EP들을 제외한 정규반은 이 데뷔작과 “Horror of the Zombies”만을 내놓았고, 데스그라인드라는 레떼르답게 두 장 모두 데스메탈과 그라인드코어(앨범 테마가 테마이다보니 그 중에서도 고어그라인드)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Horror of the Zombies”가 둘 중에서는 좀 더 데스메탈에 다가간 편이랄 수 있겠다. 달리 말하면 밴드의 가장 그라인드코어 색채 강한 앨범은 바로 이 데뷔작이라는 것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Impetigo의 그라인드코어는 후대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훨씬 캣취하고 그루브한 편이기 때문에 그라인드코어 팬이 아니라도 좀 더 접근하기 쉬워 보인다. 아무래도 흔히 비교되는 것은 초창기 Carcass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펑크적이고 덜 테크니컬하며, 리듬감이라는 면에서는 차라리 Chris Barnes 시절의 Cannibal Corpse를 떠올리는 게 나을 것이다. 인트로도 그렇고 Lucio Fulci의 컨셉트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모습에서는 Mortician(이나 Macabre)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벌써 이 저예산 앨범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는지 드러나 버린다.

그리고 그라인드코어 팬이 아니라도 ‘Mortado’나 ‘Dis-Organ-Ized’의 화끈한 리프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드코어의 그림자가 아직은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에 분명히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Wild Rags,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