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arial “Tanz mit…Tod…”

여기저기 카탈로그에서 쉽게 이름이 보이는 편이고 알고 보면 생각보다 오랜 경력의 밴드지만, 초창기 주요작들이 보여주는 싼티나는 커버와 나쁘다고 할 것까지는 아니어도 때로는 궁극의 싼티를 보여주기도 하는 음악 스타일 덕분에 이 밴드를 들어봤다거나 들어보니 괜찮더라… 하는 경우는 나로서는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밴드의 이름을 알고 있고 관심을 가졌던 경우라면 대개는 사실 음악보다는 pagan한 분위기를 뒷받침하려 했는지 여성멤버가 별로 걸친 거 없이 보여주는 라이브 퍼포먼스 때문일 가능성일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기억되기에는 생각보다 꽤 들을만한 포크 블랙메탈을 들려줬던 것도 맞으므로 아쉬움이 없진 않은데, 결국 그 원인제공 또한 밴드 본인들이 한지라 세상 탓을 하기만도 좀 어려워 보인다. 이쪽 음악에서 흔한 사례처럼 그저 돈 벌 팔자 아니었다는 정도로 해두고 넘어간다.

밴드는 그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함이었는지 부침은 있을지언정 그 전까지 계속해서 유지해 왔던 포크 블랙메탈을 버리고 Kovenant의 “Animatronic”을 감명깊게 들었는지 인더스트리얼 물을 잔뜩 먹은 스타일로 거듭났다. 일단 블랙메탈이 아니라 Rammstein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그래서 영어나 러시아어도 아니고 갑자기 독일어로 앨범을 냈나 싶기도 하다) 보컬에 Das Ich 같은 밴드를 떠올릴 법한 적당히 고쓰 물을 머금은 멜로디, 거기에 살짝 얹히는 단선적인 리프는 이전의 Satarial를 기억하는 이에게 뭔가 밟아도 대단한 똥을 밟았다는 느낌을 확고하게 안겨준다. 그래도 확실히 댄서블하기라도 했던 ‘Hure-Tod’나 나름 퇴폐적인 분위기를 살려보려는 노력이 역력한 ‘Der Wolf’ 정도를 제외하면 Troll이나 Kovenant를 위시해서 한창 안 그러던 분들이 인더스트리얼 물 먹고 들었던 다양한 볼멘소리들의 내용들이 그대로 이 앨범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Troll이나 Gehenna처럼 인더스트리얼 물을 먹더라도 어쨌든 강력한 음악을 들려줬던 걸 생각하면 Rammstein보다도 더 나가버린 이 음악에 나올 얘기가 더 심각할 것이다.

그리고 더 맘에 안 드는 점은 이 앨범의 부클릿인데, 가로의 한 20% 정도는 잘라먹고 애매한 사이즈로 만들어놓은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다. 종이값 아껴 원가절감이라고 하려고 했나 싶지만 ‘Hure-Tod’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 앨범이야말로 밴드가 가장 돈을 많이 들인 앨범으로 보이므로(물론 상대적인 의미이다) 그런 이유는 아닐 것 같다. 미우려니까 이런 것까지 다 미워 보이나 싶지만 뭐 그렇다.

[Cyber Rock, 2005]

Black Syndrome “On The Blue Street”

빈말로라도 한국 록/메탈을 많이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고 그나마 들은 중에서도 그거 좋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던 사례는 더욱 드문 편이다. 그나마 Black Hole이나 Black Syndrome 같은 밴드들은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앨범도 많이 내놓았으니 이런저런 것들 찾아듣다가 우연으로라도 접할 수 있었으니 사정이 좀 나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부터 관련 잡지나 무가지에서 지겹도록 보이던 얘기들 중 하나는 척박한 한국 록/메탈의 환경에서 밴드 하나 활동한다는 것은 정말 너나할 것 없이 어렵다는 것이었으므로 이렇게 얘기하면 필드에서 직접 밴드로 활동하는 분들은 무척 싫어할 듯싶다. 하긴 활동기간은 오래됐지만 이런저런 공연장에서 보았던 Black Syndrome의 모습이 밴드활동을 통해 금전적 성공을 맛본 사례(이런 게 실제로 있긴 한지는 잘 모르겠는데)로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밴드에 대한 소개는 보통 1986년부터 한국 헤비메탈을 지켜 온 뚝심의 밴드라는 투로 보이지만 사실 이 밴드의 음악이 오롯이 헤비메탈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보다는 하드록이나 때로는 R&B의 기운까지 엿보이기도 하는 음악을 연주했으며 멤버 교체에 따라 스타일도 꽤 부침이 있었던만큼 뚝심의 밴드보다는 다양한 모습들을 시도했던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더 다재다능했던 밴드, 정도로 얘기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나마 밴드가 좀 더 헤비메탈에 가까워 보이는 음악을 했던 것은 박영철이 마이크를 잡았던 시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가장 메탈다웠던 것은 가끔은 NWOBHM 생각도 나는 “Fatal Attraction”이라고 생각하지만 밴드의 여정을 생각하면 AC/DC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하드록 리프와 박영철의 쇳소리 섞인 보컬이 꽤 잘 드러났던 “On the Blue Street”가 밴드의 대표작에는 더 가까워 보인다. 내가 AC/DC도 몇 장 말고는 잘 꽂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긴 한데 그래도 AC/DC 류의 하드록을 즐기는 이라면 앨범의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AC/DC만큼이나 많이 느껴지는 것이 ZZ Top 마냥 느껴지는 나름의 ‘뽕끼’인데…(거기에 Twistered Sister 한 스푼 정도?) 1991년에 나온 한국 하드록 앨범에 뽕끼가 없는 게 가능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게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이란 것도 부정할 순 없겠다. 보통 사람들은 ‘개인적인 외로움’을 꼽는 듯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앨범의 백미는 ‘Feed the Power’일 것이고, 이 밴드가 좀 더 하드한 노선으로 나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故 박영철 님의 명복을 빈다.

[대도레코드, 1991]

Venom “Welcome to Hell”

Cronos가 죽었다. 뭐 무슨 장르든 그렇듯이 블랙메탈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나름 화끈한 갑론을박이 오가는 주제이고, 장르에 미친 영향을 떠나서 Venom을 블랙메탈 밴드라고 부르기는 그래도 좀 어렵지 않나 하는 게 사견이지만 어쨌든 저 기원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에는 분명 Venom의 이름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Slayer나 Possessed 같은 밴드를 데스메탈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Venom 또한 블랙메탈이라기보다는 기껏해야 블랙메탈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재차 따져본다. 2026년에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역시 판장사할 팔자는 아니라 새삼 실감하면서 각설하고.

그래도 Venom이 확실히 뛰어났던 점은 사타닉한 이미지의 전면적 차용에서 대변되듯 메탈 밴드가 스테이지에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고, 덕분에 굳이 따지자면 Motörhead식의 NWOBHM을 좀 더 극단화하면서 중간중간 Judas Priest식 전개를 엮어내는 이 특별할 것 없는 스타일은 동시에 엉망진창의 프로듀싱과 거칠고 때로는 너무 막 나가는 보컬과 연주, 직설적이다못해 유치한 가사 등과 만나 이 앨범을 당대의 메탈 앨범과는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냈다. 당대의 NWOBHM 밴드들에 비해서 확실히 부족한 연주력이 좀 더 직선적이고 거칠며 헤비한 리프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혹자도 있었는데, 그런 거 보면 이 ‘엉망진창’으로 대변되는 애티튜드가 Profanatica나 Von 등이 보여주는 훗날의 막 나가는 모습을 먼저 예기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체 뭔 약을 빨았길래 1981년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신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장 Venom 스스로도 “Black Metal”에서는 정작 이만큼 막 나가지는 못한만큼, 장르의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몇 번의 순간들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Venom의 음악을 블랙메탈 팬으로서 그저 ‘좋다’라고 얘기하긴 좀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다. ‘In League with Satan’이나 ‘Live Like an Angel’ 같은 곡의 숨길 수 없는 로큰롤과 블루지함은 그 시절에야 충격적이었겠지만 후대의 블랙메탈의 자극적인 맛에 이미 길들여진 이라면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겠다. 후대의 진짜 나쁜놈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이들에 비하면야 Venom은 그저 약물과 섹스 등을 소재로 곡을 연주하되 가사에는 무조건 사탄이 많이 등장하도록 다듬은 빡센 로큰롤을 연주하는 밴드처럼 보인다. 하긴 그런 것조차 후대의 Black ‘n’ Roll 밴드들이 열심히 따라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 양반들이 대체 얼마나 시대를 앞서나갔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Neat, 1981]

Mork(NOR) “Monolitt”

보면 Darkthrone의 앨범을 냈던 본가라서 그런가… Peaceville을 Darkthrone풍 블랙메탈 스타일의 레이블로 기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혹 Darkthrone 스타일을 훌륭하게 따라가는 후대의 밴드들을 잊을만하면 내놓는 곳도 또 Peaceville이라서 어쨌든 이 레이블을 얘기하매 블랙메탈을 떼어놓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렇게 Mork는 이제 거의 10년을 Peaceville 로스터에 몸담고 있는 거물 블랙메탈 밴드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Mork와 Darkthrone의 닮은 부분을 더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둘 다 밴드이긴 하지만 결국은 Thomas Eriksen과 Fenriz의 원맨 프로젝트에 가까운 형태의 밴드이고, 블랙메탈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뮤지션 본인은 블랙메탈 말고 다른 음악에 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 그러니까 후대의 밴드답게 음질이 훨씬 좋아졌고(달리 말하면 Darkthrone의 헝그리함에 비해서는 돈 바른 티 확실히 나고) 음악 말고 다른 뻘짓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 말고는 Darkthrone의 레거시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밴드들 중 선두주자 격이라고 해도 그리 틀리진 않아 보인다.

그래도 적어도 “Dypet”부터는 “Transylvanian Hunger” 스타일을 이어나가되 Master’s Hammer가 소시적에 그랬던 것처럼 이런저런 나름의 개성들을 더해나가고 있고, “Monolitt”에서도 그런 식의 방향성만큼은 여전하다. 아예 이거저거 다양하게 좀 해보겠다는 포부라도 있는 듯 Asgeir Mickelson을 드러머로 영입하고 그 본전을 뽑겠다는 듯 Slayer풍 스래쉬 리프와 그루브를 던져주는 ‘Under Vekten Av Verden’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Ødelagt’ 후반의 둠적인 면모도 있는 침잠하는 분위기도 (좋다기보다는)흥미롭게 다가오고, Asgeir의 트리키한 심벌즈 플레이 덕분인지 복잡해진 드러밍에 실린 멜로딕 블랙메탈 사운드에서는 Mgla같은 밴드를 떠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결국 Darkthrone의 후예인 만큼 나 같은 청자는 결국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짙은 흔적을 찾아다닐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앨범의 백미는 단연 ‘Martyr’라고 생각한다. 밴드 로고까지 지워버린 단촐한 커버에 걸맞게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로만 승부하면서 예전의 그것에 비해서는 좀 더 돈맛 나는 사운드를 들을 일은 그리 흔치만은 않아 보인다. 말하자면 Darkthrone이 90년대 초중반의 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거친 맛을 버리지만 않는 한도에서 레코딩에 돈을 발랐다면 나올 만한 음악이랄까? 꽤나 즐겁게 들었다.

[Peaceville, 2026]

Neptrecus “Ars Gallica”

Neptrecus는 꽤 재미있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출신이지만 보통 프랑스 출신 밴드들이 보여주던 사운드보다는 퀘벡 밴드들의 조금은 호전적이면서도 웅장한 기운을 북돋우는 스타일에 가깝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pagan’한 기운을 담은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부류를 의식한 음악이지만(굳이 비교하자면 Satyricon) 역동적인 드럼에 힘입어 극적인 전개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이다. pagan을 의식한 만큼 어느 정도는 Primordial 같은 밴드를 연상케 하는 어쿠스틱도 곁들이고, 행진곡풍의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흘러간 시절의 영광을 노래하는 류의 블랙메탈을 연주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다채로운 리프보다는 반복되는 트레몰로 리프를 이용해 나름의 모티브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어쿠스틱 간주나 리듬의 전환을 통해 다이내믹을 얻어내는 스타일인데, 솔로잉만큼은 블랙메탈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화려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Soyons terribles pour dispenser le peuple de l’être’의 태핑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솔로잉은 Dimmu Borgir 같은 장르의 슈퍼스타의 앨범이 아니라면 찾아보기 어려울 모습인데, 그렇다고 그저 곡을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장식은 아니고 솔로잉을 통해 조금은 희미할 수 있는 멜로디라인을 명확히 하면서 나름의 개성을 찾으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다만… 그런 탓인지 ‘Fidelitas’처럼 인상적인 곡이 있는 반면 ‘Notre Berceau’처럼 평범한 곡도 있고, 밴드가 취한 노선이 기복 없이 고르게 앨범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방식이 아닌가(말하자면 솔로가 구리면 곡이 같이 구려지는 면이 없지 않다) 하는 생각이 든다. Svarga가 블랙메탈 보컬로서의 역량을 떠나서 노래를 그리 잘 하는 보컬리스트는 아니라는 사실도 아쉽다면 아쉽다. 하긴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뭐 그렇다.

[Purity Through Fire,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