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F3H의 데뷔작. 사실 말이 데뷔작이지 Morfeus가 Limbonic Art를 잠시 뒤로 하고 시작한 프로젝트인만큼 이 밴드를 정말 신예 밴드인 양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고, “The Ultimate Death Worship”이 나온 뒤 1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으니 그와 유사한 스타일을 기대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러니까 이 앨범이 듣는 악평은 사실 이 지점에서 시작할 것이다. Limbonic Art만큼은 아니더라도 화려한 건반이 돋보이는 류의 블랙메탈을 기대했을 이들에게 밴드가 내놓은 음악은 아예 블랙메탈의 범위를 벗어나 있었으니 일단 만듦새를 떠나 청자들로서는 실망부터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Nesmoht의 보컬이 파워메탈 보컬로서 나쁘지는 않아 보이지만 누가 이 앨범을 보컬 기대하고 사겠는가.
그래도 음악은 사실 나쁘지 않다. 이걸 블랙메탈이라고 할 수야 없겠지만 충분히 화려한 건반과 리프는 사실 “The Ultimate Death Worship”의 그것을 좀 더 여유 있게 끌고 나가는 모습에 비슷해 보이고, Morfeus는 익히 알려져 있던 일렉트로닉스 취향을 Limbonic Art에서보다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여기에 적당한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섞어내는지라 ‘뿅뿅’댄다는 느낌까지는 없다. 사실 ‘With an Overdose of Ecstasy’처럼 Limbonic Art에서라면 절대 나올 수 없을 가벼운(가볍다 못해 조금 유치한) 곡이나… 뿅뿅대는 기운이 좀 과하다 못해 노골적인 ‘Waterworld’와 ‘Reborn’ 정도를 제외하면 일렉트로닉스 자체가 비중에 비해서는 많이 신경쓰이는 편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확실히 심포닉한 건반과 준수한 보컬만으로도 파워메탈 팬들에게는 은근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어 보인다.
그러니까 결국 이 앨범을 Morfues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앨범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하긴 블랙메탈 외길인생에 가까운 커리어에서 뜬금 일렉트로닉스 끼얹은 심포닉 파워메탈이 나왔으니 까이는 건 이쯤 되면 그냥 팔자에 가깝다. 그런 팔자야 어쨌건 나로서는 좋게 들었다.
[Hammerheart,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