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Darkened Sun” EP를 제외한다면 Wolverine의 10년만의 복귀작. 저 EP도 어엿한 작품이거늘 왜 빼고 얘기하냐 한다면 전혀 할 말 없지만, 사실 밴드의 앨범이라기보다는 동명의 단편영화의 스코어 격으로 발표되기도 했거니와 밴드 본인들도 그건 공식 앨범은 아니라는데 박자를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음악은 10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전의 Wolverine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들을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고 부르곤 하지만 사실 그리 기타 리프의 힘이 강하진 않고 그보다는 신서사이저나 약간의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좀 더 신경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던 밴드인데, 이번 앨범에서도 좀 더 묵직해지긴 했지만 그런 방향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인다. ‘A Sudden Demise’ 같은 정도를 제외하면 강력한 리프는 찾아보기 어렵고, 보통 화려한 드러밍을 동반한 변화무쌍한 리듬감을 과시하는 것이 이 장르의 통례라면 적극적인 드럼머신 사용과 때로는 앰비언트에 가까울 정도의 사운드는 사실 메탈 팬에게 이 밴드를 추천하기 망설이게 하는 면이 있다. 좀 더 고전적인 발라드 형태의 곡들이 많기는 하지만 덕분에 이 앨범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는 (최근의)Riverside이다.
그래도 앨범을 조금은 지루한 발라드 패키지마냥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감성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는 보컬과 무척이나 연극적인 전개, 그리고 자칫 무척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음악을 화려하게 덧칠하는 건반이다. ‘Scarlet Tide’의 결말은 근래 들어본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들 중에 가장 감상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일 것이다. 애인에게 차이고 멜랑콜리한 뭔가를 듣고 싶은데 그래도 청승맞아 보이긴 싫다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물론 혹시 Wolverine 듣는다고 차인 거라면 달리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럴 리가 있을리야?
[Music Theories Recordings,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