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deviation.jpg프로그레시브 메탈 라이센스반들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면 으레 Rush와 Metallica가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Watchtower, Queensryche, Fates Warning 정도의 밴드들을 잠깐 훑고 지나갔다 결국은 이 밴드는 Dream Theater의 따라쟁이더라로 끝맺는 해설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Dream Theater의 자장을 벗어나지 못한 밴드들을 Dream Theater 따라쟁이라고 표현한 게 잘못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해설지가 그 얘기를 찬찬히 해 주고 있다보니 독자의 입장에서 드는 생각의 하나는 해설지 참 쓰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럼 좀 더 근본적인 질문, 프로그레시브 락과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구별되는 지점은 어디입니까, 아니면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대체 어떤 음악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Dream Theater 비슷한 음악입니다’가 아니라 그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해 놓았던 글은 내 기억엔 딱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프로그레시브 락에 대한 책들이 그런 것처럼 장르의 철학적, 시대적인 배경이 어쩌고 하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지만, 이 장르가 어떤 기린아들을 참고해서 만들어졌고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단순히 ‘Rush와 Metallica의 만남’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많은 해설지들에서 이름만 스치고 지나갔던 밴드들이 어떠한 류의 음악을 했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덕분에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메탈헤드를 자처한다면 사실 그리 생소한 내용은 아니겠지만, 그 익숙한 얘기를 Thought Industry와 Fates Warning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꺼내던 사례는 별로 본 적이 없다. 프로그레시브한 부류의 스래쉬메탈(또는 Watchtower의 후예들)에 대해서도 꽤 열심히 다루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Anacrusis야 익숙한 편이겠지만 Obliveon이나 DBC의 이름을 프로그레시브 메탈 책에서 보는 건 의외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 이 책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어떤 음악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리지도 않고, 판돌이들에게는 익숙할 범위 이상의 앨범들을 소개하고 있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넓게 보면 이러저러한 밴드들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 소개하면서 그 개념이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나름 알려진 밴드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이고(그래서 책 제목이 표준편차인지도), 덕분에 이 책을 접하고 어우 대단하다고 생각할 이들은 그리 많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고 보니 헤비메탈 일반도 아니고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대해서만 다루면서 King Crimson부터 Meshuggah까지 함께 등장하는 책을 써서 팔 생각을 한다는게 사실은 정말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아는 얘기라도 우리가 모르는 일화들을 인용하며(이를테면 Paul Masvidal이 Scott Burns를 음악도 잘 모른다는 투로 씹는 등의 이야기들) 하고 있으니 재미를 찾기에는 충분한 편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Jeff Wagner 저, Bazillion Poi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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