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카 프라티카’야 이미 충분히 잘 알려진 책일 것이다. 원제는 “Practica : The Social Practice of Western from Gregorian Chant to Postmodernism” 인데, 제목부터 말해 주고 있지만 대중 음악에 대한 책이 아니다(물론 후반부에 조금 나오기는 한다). 굳이 애기한다면 ‘음반 산업’ 에 대한 책인데, 보통은 ‘서구 음악의 사회적 관습’ 을 다루고 있다는 정도로 소개되는 듯하다. 일단 저자 본인이 훌륭한 관찰자로서 다양한 사실들을 꽤 명료하게 제시하면서, 그 사실들에서 맥을 짚어내는 데 능숙해 보이는만큼 기본적으로 내용은 아주 풍요롭고, 여기에 바흐친이나 롤랑 바르트, 쇤베르크 등 다양한 인물들을 엮어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얘기들 가운데서도 사견으로 제일 핵심적인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음악’ 이라는 예술 작품도 상품의 범주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방가르드의 실험은 음악의 생산자가 작곡자만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는 했지만, 어쨌건 생산자와 수요자의 도식은 극복되지는 않고, 이런 덜컹거림들은 결국은 ‘서양 음악의 위기’로 귀착된다는 방향성을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무지카 프라티카를 대체하는 사이버 무지카에 대해서도 저자의 시선이 그리 따뜻하진 않은데, 내가 가진 책이 2001년판인 만큼 지금도 저자가 그런 시선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생산자와 수용자가 어떠한 식으로 접근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에서 본다면 그 구조는 아마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문제점은 2001년판 기준으로 번역이 아주 조악하다는 점인데, 물론 역자의 영어 실력이 나보다야 훌륭하겠지만 이 책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practice’를 ‘실천’이 아닌 ‘관습'(책 제목에까지)으로 번역한 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암만 저자가 자율음악론에 가까운 입장으로 보이긴 해도 이 정도면 꽤 심각한 오독이라고 생각한다. 시간도 좀 지났겠다 최근의 논의들에 대한 내용을 좀 덧붙이고 새로운 역자를 붙여서 나온다면 훨씬 나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내 주변에 이 책을 읽어봤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걸 보면 이거 새 판을 찍을 정도로 팔리기는 했는지 잘 모르겠다. 학술서적 치고는 중간중간 트리비아도 들어가 있고 충분히 재미있는 편이니 관심 가는 분들은 (2001년 이후의 판으로)한 권 장만해 보심도.
[마이클 캐넌 저, 김혜중 역, 동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