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렇긴 하다만)에 있어서 문외한에 가깝고 특히나 국내 문학에 있어서는 더욱 그런 어느 직장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장류진의 소설은 쉽게 읽혔고, 아마도 평단은 내면이나 자아 같은 용어로 표현할 법한 무거움(그러니까 그 ‘진짜배기 순수문학스러움’)을 찾을 만한 글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불쏘시개감 글들이 넷상을 횡행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글을 쓰고 대중에 보여줄 수 있게 된 시대에 문단이 순수문학의 기치 아래 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에 근접한 사례인 셈이다. 알고 보면 내가 이런 책까지 찾아 읽을 정도로 힙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끼어들지만 양심상 그러지는 못하겠다. 각설하고.

“달까지 가자”도 마찬가지다. 아니나다를까 웹상에서 연재했던 소설을 책으로 출간한 듯하고, “일의 기쁨과 슬픔”이 그랬듯이 직장인이라면 그 누군가를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을 대목들을 군데군데 끼워넣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차이가 있다면 “일의 기쁨과 슬픔”이 그럴법하면서도 직장괴담에 가까웠던 이야기를 소재로 써먹은 반면(물론 소재로 쓰는 것도 능력이다. 누군가는 포인트로 급여를 지급한다는 얘기에서 소설쓰기보다는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먼저 따져볼 것이다) 이번에는 시의성만큼은 더없을 알트코인에 미래를 거는 직장인의 모습이 소재였다는 것이다. 도지코인으로 달렸다가 아마도 손절시기를 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뵈는 옆자리의 누군가와 우리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결과만 빼면 별로 차이도 없어 보인다.

중요한 건 그래도 ‘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 주인공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쨌든 꽤 재미를 보았고, 다른 선택을 한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도지코인으로 달렸던 우리의 옆자리 누군가는 아마도 무척 부러워할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말하자면 우리 시대 젊은 직장인들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마냥 달달하게 마음을 잠깐 달래줄 우화같은 소설일 것이다. ‘알트코인으로 돈 딴 직장인 얘기’라고 하면 그냥 끝나버릴 수도 있을 얘기를 작가의 경험(과 적절한 시의성)과 버무려 달달하게 만들어낸 우화다. 코인 안 하는 직장인이 읽기에도 많이 달다. 적어도 Elon Musk가 가진 코인들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쭉 달달할 만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직장인용 우화를 역시나 책 막바지의 해설은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낸 한국사회의 세태’라고 풀어내고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문제는 좀 웃으며 살려면 이런 우화라도 필요한 현실이 아닐까 싶다. 현실은 글보다 자주 냉혹하다.

[장류진 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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