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서 없는 인생살이에 갑자기 선물로 이런 책이 끼어들어 왔으니 스스로 자기개발이 부족해 보였나 잠시 되돌아보게 된다. 자기개발서를 본다고 모두들 자기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은 독자로 하여금 자기개발에의 의지를 심어주는 게 자기개발서의 1차 목표라면 벌써 이 책은 나에 대해서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셈인데, 목표달성을 했다고 그냥 덮어두고 있는다면 증정자에 대한 예의는 아닐테니 표지를 들춰본다.

“How to Stop Worrying & Start Living”이라는 원제가 어떻게 번역해야 자기관리론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세상 근심걱정들과 맞서 싸우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저자의 충고를 담고 있다. 결국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이런저런 근거들을 붙여 책 한 권의 분량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없는 근심걱정을 만들어서 굳이 달고 사는 나 같은 이에게는 그리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저명한 저자의 책 전체를 꿰뚫고 있지만 딱히 이유는 없어 보이는 낙관론은 이 저자는 정말로 괜찮았던 것일까에 대한 추가적인 걱정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이 정도의 낙관론이라면 혹시 비관적인 전망을 할 통찰 자체가 없었던 거 아닐까?

그러니까 이 책은 텍스트 자체를 굳이 삐딱하게 바라보지 않고 하나하나를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는 나름의 효용을 가질 수도 있겠고, 어쨌든 이 저자의 자기개발서를 읽고 새로운 힘을 얻었다는 이들도 많은 모양이니 저런 걱정은 기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책을 훌훌훌 들춰보자니 피곤해지기 전에 휴식하랬다가 수면부족으로 죽은 사람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말에 다시금 뒷목이 뻐근해진다. 저자는 새벽녘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심 수면부족을 호소하며 고개를 수그리는 직장인들의 처지를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열차 안에서는 그렇게 피곤한 직장인들이 수면부족을 호소하며 직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지하철역 한켠에 다소곳이 자리잡곤 하는 깜찍한 규모의 서점(또는 매대)에 떨이로 이 저자의 책들이 올라와 있곤 하니 적어도 그 직장인들에게는 저자의 충고가 잘 먹혀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뭔가 얼굴도 이름도 모를 동지들을 잔뜩 얻은 듯한 느낌만은 괜히 뿌듯하다.

[데일 카네기 저, 임상훈 역,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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