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호젓한 블로그의 특징 중 하나라면 인기가 파멸적으로 없다는 점인데, 기복 없이 꾸준하게 인기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 자의 블로그인만큼 생각해 보면 당연해 보이는 결과다. 그러니까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그런 모습을 긍휼히 여긴 이가 좀 재미있게 만들어 보라고 권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런 짐작은 많은 의문을 남긴다. 일단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아는 지인들 중에는 저런 의도로 책을 선물할 정도로 자비로운 자는 내가 아는 한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결국 이 책을 내게 권한 이는 지인이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그 분은 지인도 아닌 내가 이 블로그를 굴리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알았을까? 결국 우연과 지극한 자비심에 탓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각설하고.
그런데 이 책은 블로그에 그칠 것이 아니라 블로그 이상을 바라본다. 저자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다가 매일 한 편씩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글쓰기 근육’을 길러 이제 블로그가 아니라 1년 만에 4권의 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으니 독자 여러분들도 나처럼 근육을 길러 책을 쓰라고 권하면서, 별 계획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블로그를 굴려가는 본인과는 지극히 상반된 글쓰기 전략을 제시한다. 30일 동안 A4 1장 쓰기에 도전하고, 그러면서도 틈틈히 책을 읽어 컨텍스트를 늘리면서 편집 감각도 갈고 닦아 두고, 이렇게 고된 전략을 실천해 나가는 힘든 독자를 위해 비평에 신경쓰지 말고 슬럼프를 극복하라는 배려 넘치는 구절도 잊지 않는다. ‘자수성가형 작가'(물론 자수성가형 아닌 작가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잠시 묻어둔다)로서의 세심한 손길이 돋보인다.
그런데 정작 이 책이 말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블로그 쓰는 법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하면서 블로그에 그치지 않고 책 쓰기까지 이르러야 하는 이유다. 저자가 말하지 않으니 독자로서는 저자의 약력과 이 책을 둘러싼 배경들을 고려하여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제14회 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은상을 탔다는 저자의 약력을 보면 이 책 쓰기라는 목표가 과연 그렇지 않은 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목표인지부터가 의문이 들지만, 거창한 얘기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얘기가 주목받는 시대라는 저자의 머리말에 용기를 얻어 좀 더 짐작해 보면 결국은 돈 안되는 블로그로 끝나지 말고 기왕이면 부자 되세요! 가 그 이유일 것이다. 출판사 투고와 계약하기, 인세, 홍보에 대한 내용으로 책을 사실상 마무리하는(제5장의 에세이들은 사실 그냥 잘라내도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구성은 그렇다면 이런 기획의도에 더없이 부합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는 참 충실한 한 권인 셈이다.
…그런데 결국 부자 되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블로그에 돈이 될 만한(그래서 크건 작건 출판사가 눈길을 줄 만한) 글을 올려야 할 텐데, 마냥 개인적이고 소소하기만 한 서사에 출판사가 관심을 줄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이고, 결국은 그 소재와 내용이 뭐가 됐든 지갑을 열 만한 잠재적 소비자들의 관심이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저자는 소중한 영업비밀 감추듯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얘기하고 있지 않으니 결국은 나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선의에 의지하거나, 아니면 그냥 내가 좀 더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왜 글쓰기 책에서 좋은 사람이 되자라는 교훈을 얻었는지 기묘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렷다.
[신은영 저, 세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