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가 분노의 130을 던지던 경기를 보고 저 자가 국내 최고의 투수가 되는 날 LG가 우승하리라 뭐 이런 얘기를 했던 혹자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임찬규가 최다승 토종 투수… 가 된 2023년 정말로 LG가 정규 시즌을 우승하는 걸 보니 뭔가 어안이 벙벙한 구석이 있다. 따지고 보면 임찬규의 구속은 분노의 130을 던지던 시절보다(야 빠르기는 하다만) 그리 달라지지 않았거늘 세상은 무척이나 달라졌다.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그 방면으로는 요새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시점에 벌써 나온지도 2년이 넘어가는 어느 삼성 팬의 책을 선물한 자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냥 삼성 팬이 받는 스트레스를 바라보면서 너네 팀이 언제부터 강팀이었냐, 그렇게 윗동네에 있었던 시간 길지 않았으니 적응이 덜 되서라도 가을바람 맞고 금방 내려오지 않겠냐, 이런 얘기들을 (실제로 듣지야 않았다만) 하는 모습들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1994년부터 LG 야구를 봐 온 입장에서 삼성 팬이 응원팀을 보며 받는 스트레스를 보면 그럴만 하다기보다는 에이 뭐 그 정도 가지고… 식의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너네가 야구 팬 스트레스 얘기하기에는 조금 멀었다 하는 식이다. 물론 그런 얘기를 듣고 공감할 야구팬은 아무래도 없어 보인다. 누구에게나 가장 깔 일이 많은 팀은 자기 응원팀이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자기 응원팀을 진심으로 까는 모습을 책 한 권으로 잘 엮어서 보여준다. 다양한 모습들이 들어 있지만 사실 웬만한 야구 팬이라면 팀만 다를 뿐 한 번쯤은 해봤을 모습들이고, 그렇다고 그런 얘기만 늘어놓아서는 인터넷 야구 사이트 한 번 방문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서인지 가끔은 ‘내 인생의 감독은 다름아닌 나’ 같은 그리 특별할 것까진 없어 보이는 깨달음까지 내놓는다. 물론 그래도 특별할 것까지는 없어 보이는 다른 이의 응원팀에 대한 애증의 기록을 돈 주고 들춰본다는 데 조금은 본전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웃을 일 별로 없는 시절에 그냥 책값 주고 읽는 시간 동안에는 그래도 야구팬이라면 킬킬거릴 만한 기회를 산다는 느낌으로 본다면 별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한 줄 덧붙인다면 누군가가 힘들여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며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정도? 라고 덧붙이고 보니 이게 저자가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으면서 저 특별할 것 없는 깨달음을 덧붙이는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교훈은 역지사지였나.

[쌍딸 지음,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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