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은 20세기 헤비메탈 명반 가이드북인데, 이런 류의 ‘가이드북’이 나오는 것도 처음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볼 때마다 과연 이 책이 누구를 가이드하기 위한 가이드북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앞선다. 결국 ‘헤비메탈’과 ‘가이드북’의 결합인데, 가이드북의 측면에서 본다면 비평의 위기라는 게 케케묵은 얘기가 된지도 한참 지난 현재 많은 이들은 이미 넷상의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입수하고 있으니 가이드북이라는 게 필요한지가 의문이고, 헤비메탈이 트렌드에서 벗어난지 수십년은 족히 돼 보이는 현재까지 헤비메탈을 듣는 이라면 굳이 누군가의 가이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의 취향을 굳히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이런 가이드북이 효용을 발휘할 수 있을 독자층은 헤비메탈에 관심을 갖고 꽤 들었으되 자신이 주로 찾아듣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열린 귀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별로 없을 거 같다는 뜻이다.
그럼 이 책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을까? 사실 그걸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이 책이 다루는 ‘헤비메탈’은 전형적인 헤비메탈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세기 헤비메탈’이니 결국은 90년대를 포함할 수밖에 없고, 뉴 메탈이나 그루브메탈을 위시한 메탈보다는 코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해 보이는 많은 스타일들을 ‘메탈’이라 부르기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많은 이들을 고려한 결과인지 국내외의 비평가들이 ‘헤비니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한국대중음악상에도 이를 관철한 현재에 나온 책이어서인지, 제목은 헤비메탈이지만 내용은 사실 20세기 헤비니스 명반 가이드북이라 하는 게 엄밀한 의미에서는 정확할 것이다. 결국 ‘전형적인’ 헤비메탈만을 헤비메탈이라 부르고자 하는 철혈의 메탈헤드들은 이 책에 별로 공감할 거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최고작보다는 조금은 밀리는 앨범 위주로 선정했다는 기획의도는 꼬장꼬장한 메탈헤드들의 볼멘소리를 방어하기 위한 안전장치면서 나름의 재미를 찾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장르의 경계를 넓게 가져가면서 섣불리 장르의 절대명반 따위를 정했다가는 대체 무슨 생각이냐는 십자포화(를 받아봐야 날릴 사람이 별로 없을테니 아프지는 않겠다만)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고, 그런 절대명반 위주의 리스트는 이미 정보의 바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잘 안 팔릴 것 같은(그리고 잘 팔릴 리 없어 보이는) 책에서 정도 이상의 정성이 느껴지는 건 그런 세심함의 발로일 것이다. 그런 세심함 덕에 나처럼 어설픈 딜레탕트라면 기대보다 얻어갈 부분이 많아 보인다. 재밌게 읽었다는 뜻이다.
[조일동/최우람/이경준/김성대 저, 빈서재]
이런 가이드북이 효용을 발휘할 수 있을 독자층은 헤비메탈에 관심을 갖고 꽤 들었으되 자신이 주로 찾아듣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열린 귀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별로 없을 거 같다는 뜻이다. -> 아 진짜 읽다가 뿜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전에 나왔던 프로그레시브 록 가이드는 가이드로 보기 어려운 자기 만족에 가까운 책이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저자들은 다르지만) 어떻게 구성했을지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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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가이드북이라지만 정말 가이드를 얻으려고 보는 사람은 이제 와서는 별로 없을테니 내는 입장에서도 부담없이 구성한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정말 가이드를 원한 분이라면(이 출판사의 그 이전의 가이드북들처럼) 좀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King Diamond가 한 장이 있는데 그 한 장이 “The Spider’s Lullabye”라는 건 좀 많이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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