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기독교가 맥베스라는 인물에게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저자의 강연을 옮긴 책. (저자라고 하는 게 정확하지야 않겠지만, 그렇다고 연사라 하는 건 더 어색해 보이니 여기서는 그냥 저자라고 칭한다) 제목은 “맥베스/양심을 지닌 아킬레스”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알 수 있듯이 양심을 지닌 아킬레스는 맥베스를 지칭하는 표현이므로 두 가지 저작을 하나로 묶은 것처럼 오해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본 연구가 먼저 신역사주의적 연구, 즉 셰익스피어가 만세의 작가가 아닌 그 시대의 작가에 불과하다는 취지가 아님을 밝히며 글을 시작한다. 노르웨이보다는 덜 야만적이고 영국보다는 덜 기독교적인, 기독교식 ‘복음화’가 진행 중이던 스코틀랜드의 용감한 주인공을 저자는 그리 기독교적이진 않은, 새로운 종교를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인 인물로 설명하면서 “맥베스”의 이야기를 기독교가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풀어 나간다. 맥베스의 인간적 고뇌는 기독교의 노출됨으로써 이교도의 영혼에 분열이 일어난 결과로서 그려지고, 던컨 왕을 시해한 후 왕위에 오른 뒤에 보여주는 ‘영원성’의 추구는 그 또한 기독교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것을 경멸하고, 기독교의 ‘구원’과도 유사한 상황을 갈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니까 이런 입장에 의한다면, 기독교가 아니었다면 두려움 없는 이교도 전사로서 왕을 시해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을 맥베스가 기독교의 영향으로 고뇌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이교도 독자에게 이 책의 시각은 그럴 법 하면서도 꽤 불편한 구석이 있다. 용감한 이교도 전사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기 전에는 양심이나 인간적인 고뇌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일까라는 의문도 그렇고, “맥베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동원해 기독교가 맥베스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게 동원되는 사건들 중에는 사실 좀 너무하지 않나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분명히 반기독교적 존재인 마녀들의 예언이랄지? 심지어 역자도 후기에서 지적하고 있는만큼 이 분석이 좀 과도해 보이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일종의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발생한 사건들을 기독교가 미친 영향의 결과의 잣대로 분석하면서 신역사주의라는 평가를 피해가는 게 가능할까도 싶지만, 저자 본인이 아니라니까 일단은 더 덧붙이지 않기로 하고 넘어가고.
명민하고 박학한 저자의 분석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뒷맛은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예전에 분명 읽긴 했는데 지금은 표지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맥베스”를 다시금 찾아 읽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건 결국 원작의 힘이지 이런 비평서의 힘은 아니지 않나.
[폴 A. 캔터 저, 권오숙 역, 에디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