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miaoscura2017창의력은 없지만 나 참 힘들고 외롭다고 울부짖고 싶어 보이는 앨범명인데 이 레이블이 원래 그렇듯이 지나친 저가정책이(사실 저가정책이라기보다는 그냥 레이블이 돈이 없는 거기는 하다) 밴드의 컨셉트를 깎아먹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이탈리아 출신이니만큼 여기에 적당히 애상적인 느낌의 멜로디 섞은 포스트락만은 얹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앨범명이 말해주듯 그렇게 창의적인 친구들이 아니어서인지 음악은 딱 그 예상대로 나아간다. 첫 곡부터 스크리밍 얹은 트레몰로 리프를 이어 나가다가 곧 어쿠스틱으로 전환하는 모습에서 Alcest를 떠올릴 수 있다.

그래도 스래쉬 리프도 좀 섞고 멜로디 자체도 90년대 중반의 노르웨이에 다가가 있는지라 통상의 블랙게이즈와 다른 부분은 있지만, 처음부터 너무 예상대로 나간 탓에 심심하다는 선입견이 귀를 가린다. 밴드도 이걸 알아서인지 9분 가량의 첫 곡을 제외하면 긴 곡도 딱히 없다(마지막 곡이 6분 좀 안 되긴 하는구나). 정해진 구성대로만 가도 딱 필요한 것만 배치한 셈인데 블랙게이즈 팬이라면 무난하게 들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66장 CDR 한정으로 나온 앨범이 아직도 무난하게 수급이 되고 있는 만큼 블랙게이즈 팬이라도 한번쯤은 자신의 취향을 의심해 보는 것도 좋을지도.

[Depressive Illusion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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