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sspang1989여성 멤버가 있는 메탈 밴드라는 사실 자체가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1980년대였지만 그렇게 전략을 짰던 밴드들은 또 거의 대부분 눈물젖은 차트 성적을 받아들고 뮤직 비즈니스의 뒤안길로 사라지곤 했(다고 알고 있)다. Princess Pang도 그런 부류의 밴드인데, 레이블이 Metal Blade이긴 하지만 사실 글램 바이브를 살짝 끼얹은 아메리칸 하드록 밴드였지 메탈 밴드는 아니었고, 이미 그런 스타일이라면 Pat Benatar 같은 나름의 모범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지라 음악만 보면 그래도 그 부류 중에서는 좀 더 먹힐 만한 이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물론 망하기는 다른 밴드들에 못지 않게 시원하게 망했기 때문에 죽은 자식 고환 만지기에 가까울 얘기렷다.

사실 ‘Trouble in Paradise’ 같은 곡은 나름 80년대를 수놓은 멜로디감각만은 어디 가서 밀리지 않을 차트버스터들 앞에서도 내세울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Jeni Foster의 보컬을 비롯해서 앨범 전체에 감도는 묘한 블루지함은 80년대 아메리칸 하드록을 즐기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기껍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Tesla 같은 밴드의 ‘블루지함’이 또 먹혔던 것을 생각하면 결국은 업자도 아닌 나 같은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그 또한 팔자려니 하는 얘기로 수렴한다. ‘Sympathy’ 같이 충분히 달리는 로큰롤도 잊지 않고 챙겨뒀던 앨범인 만큼 밴드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찾아보니 아직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없던데 누가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물론 난 귀찮아서 못한다.

[Metal Blade,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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