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grimage1989“Pilgrimage”를 기억하는 사람은 내 생각보다는 적은 듯하지만, 이 앨범은 대체 이런 앨범이 어떻게 라이센스됐는지 궁금할 정도로 신기한 앨범들이 불쑥불쑥 동네 음반점에 튀어나오곤 했던 그 시절에 함께 라이센스된 메탈 앨범들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일단 국경은 넘었으나 검열의 벽을 넘지 못해 여러 곡이 금지곡으로 묶여버린지라, 남은 곡들과 라이센스되지 않은 데뷔작 “From Over Yonder” 의 일부 수록곡들을 짬뽕한 괴상한 버전으로 앨범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Vulgar Display of Cowboys” 같은 예였던 셈인데, Pantera는 그렇게 나온 앨범이 곱게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이미 유명했으니 좀 나았지만, Zed Yago는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이 앨범이 뭔가 이상하게 나왔다는 것조차 잘 몰랐다.

그렇지만 “Pilgrimage”는 Zed Yago의 최고작(낸 앨범 자체가 몇 장 안 되긴 하다만)이기도 하고, 여성 보컬을 내세운 헤비메탈 밴드의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다가간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여성 헤비메탈 보컬리스트로서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예는 Leather Leone 정도 외는 떠오르지도 않는다. 시원시원하지만 은근 블루지한 데가 있었던 Jutta Weinhold의 보컬에 은근 Queensryche과 Dokken의 좋은 시절을 잘 결합한 듯한 리프도 궁합이 좋았다. 어느 하나 버릴 구석이 없지만, Warlock 따귀를 후려칠 수준의 ‘Achilles Heel’ 을 꽤 자주 찾아 듣는다. 정말 생각해 보니 판매고 말고는 아쉬운 구석이 없는 앨범이지만 내가 제작한 것도 아니니만큼 판매고 얘기는 무용할 것이다.

[RCA,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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