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gstarwars살면서 이것저것 좋아해 본 기억들을 헤집어 보더라도 딱히 스타워즈를 좋아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별개로 스톰트루퍼 헬멧 디자인은 멋지다고는 생각함) 왜 이 앨범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John Williams의 영화음악을 무그 버전으로 찍어내던 밴드인데, 아무래도 인물이 인물인지라 그렇게 연주하는 음악들도 죄다 유명한 것들 뿐이고, 계속 그렇게 하다가는 욕먹을 것 같았는지 앨범은 깔끔하게 세 장으로 끝내 버렸다. 물론 모두 영화음악 연주 앨범이다(나머지 둘은 미지와의 조우와 배틀스타 갤럭티카이다). 사실 밴드에 대해 아는 것은 달리 없는데, 무그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SF물 위주로 관심 끌어보자는 시도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앨범 커버를 잘 보면 보이듯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아니라고 적어놨으니 얌체짓한다고 하기도 좀 너무하지 싶다. 일단 넘어간다.

아무래도 밴드 자체가 대단한 연주자들은 아니었고, 원곡 자체가 워낙 유명한 테마들이어서 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면모는 없다. 좋게 말하자면 그만큼 무난하게 들을 수 있다는 얘기지만 달리 말한다면 원곡의 두드러진 부분들도 다듬어져 버렸다는 뜻이겠다. 그래도 초기 무그의 지금보다 훨씬 싼티나고 심플한 구성 덕에 원곡의 잘 꽂히는 멜로디라인만큼은 확실히 들어온다. 군더더기 다 쳐버리고 조금은 예스러운 ‘전자음’ 위주의 연주로 끌고가는 모습은 유머만 더 섞었다면 이것이야말로 칩튠의 진짜배기 시작이었다고 허풍칠 수 있을지도. CD가 나온 적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오리지널 판 싸게 구하기 어렵잖은 앨범인만큼 솔깃하신 분은 한 장 장만해보심도.

[Musicor,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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