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Verses 시절부터 멜로디감각만큼은 멜로딕데스 밴드들에 비하여도 딱히 밀리지 않았던지라 나름 찾는 이들이 많았던 밴드였다. 문제는 Solistitium은 밴드를 보는 안목에 비해서는(여기 무려 Behemoth도 있었던 곳이다) 그렇게 밴드 대접이 좋은 레이블은 아니었던지라 Autumn Verses도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1000장 한정으로 나왔던 데뷔작도 음악은 나쁘잖았지만 지금 중고시장에서 5달러 미만에 굴러다니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밴드의 고난도 조금은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밴드는 2000년에 이름을 The Dead Beginners로 바꾸고 Spikefarm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고, 그 고생의 흔적을 생각하니 저 괴이한 밴드명이 죽었다 살아났으니 잘 해보자는 다짐, 식으로 읽힌다.
그런데… 앨범은 멜로디감각은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멜로딕데스와 블랙메탈 사이의 적당한 사이에서 개성을 잡아냈던 Autumn Verses 시절에 비해서 조금은 평범한 심포닉-멜로딕 블랙메탈이 되어 버렸다. 가끔 이 앨범을 아방가르드라고 분류하는 이들도 있는데 키보드 사용이 좀 독특한 구석이 간혹 보이지만(‘The Wounderable One’ 같은 곡 때문일 것이다) 전개 자체는 평범한 편이다. 그래도 ‘The Illfated’의 수려한 멜랑콜리함에 앨범을 심심잖게 꺼내들고 보면 밴드도 작명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저렇지 않았다면 그래도 한두 장은 더 내고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저 모양이니 검색해도 초심자를 위한 블랙메탈 10선 이런 것만 나오잖나.
[Spikefarm,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