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 Airey도 거물이긴 하다마는, 사실 세션 활동을 제외하면 Don의 커리어는 Ozzy Osbourne 밴드 정도를 빼고는 이미 전성기를 살짝 지나친 밴드에 뒤늦게 합류한 멤버로서의 활동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하긴 세션을 빼고 얘기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말하자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밴드가 원인이 어찌됐든 키보디스트가 탈퇴하면 생각하곤 하는 1순위 대타요원 비슷한 느낌인데, 덕분에 참여한 앨범은 별로였지만 밴드들은 Don의 기량에 꽤 만족했던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오랜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K2(Tales of Triumph and Tragedy)” 정도를 제외하면 Don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고 평가되는 앨범은 사실 별로 봤던 기억이 없다. 그리고 “K2” 앨범에서도 사실 가장 돋보이는 건 Cozy Powell이지 Don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찌 생각하면 정말 세션에 최적화된 인생인 셈이다.
“A Light in the Sky”는 Don의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이색적이라는 점에서 그래도 Don 개인의 역량이 많이 반영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솔로작이니 하긴 당연할지도). 그렇다고 Don의 익숙한 그 스타일의 연주가 달라진 것은 아닌데, 기타가 아무래도 Jamiroquai의 Rob Harris이다 보니 전체적인 연주는 스페이스하면서도 펑키한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Nazareth의 Carl Sentence가 왠지 Ian Gillan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는지라 펑키한 느낌을 강조한 식의 Deep Purple 같기도 한데, “Abandon” 이후의 Deep Purple을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앨범이 더 좋게 들리는 편이다. Jamiroquai식 재즈퓨전 하드록을 듣는 듯한 ‘Sombrero M104’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Mascot,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