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ff Mann은 솔로 활동을 하긴 했었지만 사실 Twelfth Night 시절에 비한다면야 이후의 활동은 지지부진에 가깝다. 목회자가 됐다곤 하지만 사실 그 목사님 노래 잘했었다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적지는 않았을지니 조금 아쉬운 일이기는 한데, 많지 않은 협업 중 Casino는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사례에 속한다. 일단 일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 그 Clive Nolan과 Geoff Mann이 유일하게 함께 한 앨범이었고, 멤버들을 좀 더 들춰 본다면 Threshold의 Karl Groom과 Pallas의 Mike Stobbie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말하자면 80년대를 어떻게든 살아남은 브리티쉬 네오 프로그레시브의 올스타 프로젝트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올스타라고는 하지만 멤버들의 원 소속 밴드들의 인지도를 모두 합쳐도 Marillion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 게 문제지만, 솔직히 그건 Marillion이 워낙 잘 나간 탓에 가까우니 너무 그러진 말자.
앨범은 카지노가 서민들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는 우울한 세계관 속에서 카지노 외부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생을 감내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컨셉트 앨범…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주인공과 성경에서의 예수를 병치시켜 보면 가사를 누가 썼을지 바로 짐작이 되는 수준인데(목회자가 누구더라) 곡은 또 모두 Clive Nolan이 썼는지라 어찌 들으면 Geoff Mann이 노래하는 Shadowland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면서도 루즈해질 수 있는 흐름을 중간중간 적당히 싼티나는 신서사이저 연주곡으로 메꾸고 있는데, 드럼머신만 아니었다면 좀 더 역동적인 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결국은 새로울 거 하나 없는 음악이지만, 네오 프로그레시브가 보통 가져가고 하는 미덕의 범위 속에서 오버하지 않고 충실하게 모든 면을 가져가는 음악인지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그래도 ‘Prey’를 추천해 본다.
[SI Music,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