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cus의 “Cherish the Obscure” 를 쓰면서 Windir 얘기를 해서 말인데, Valfar의 요절 이후 Windir의 남은 멤버들은 Vreid를 통해 활동을 이어 나가긴 했지만, Vreid는 확실히 Windir가 그 이전에 해 왔던 것과는 많이 다른 음악이었다. 과장 좀 섞으면 Windir 시절 이 멤버들이 Valfar한테 기죽어서 하고 싶었던 거 못하고 살았나 싶을 정도. 사실 Vreid의 음악도 수준 이상이긴 했지만 Vreid를 반기는 이들은 아무래도 예전 Windir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테니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멤버가 거의 같을 뿐 Vreid와 Windir는 아예 다른 밴드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Windir의 진짜배기 ‘후신’ 격의 밴드라면 Vreid보다는 Cor Scorpii가 더 알맞다. Vreid처럼 Windir의 멤버들이 다시 뭉쳐 만든 밴드! 식으로 홍보되고 있긴 하지만 정작 이 앨범을 낼 당시 Windir 때의 멤버는 기타의 Strom 뿐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광고 문구는 좀 민망하다. 대신 음악만큼은 과장 좀 섞으면 Windir 5집이래도 믿을 만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대에는 이 앨범이 더 알맞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구했는지 보컬인 Thomas도 Valfar와 목소리가 비슷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텐데, 몰개성이라 얘기하기엔 앨범의 수려한 멜로디가 만족감이 큰지라 굳이 그럴 마음은 들지 않는다. 확실히 Windir보다는 클래식 바이브가 강하기 때문에(특히 ‘Kjettar’) 그 점을 Cor Scorpii 나름의 개성이라 할 수 있겠다. ‘epic’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류의 블랙메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Descent,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