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ychninePaul Roland를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진 않고 사실 90년대 앨범들부터는 깔끔하게 접고 넘어갔던 인물인데, 정작 Paul을 다룬 많지는 않은 외국 매체들을 보면 마치 초야에 스스로를 가둔 한때의 무림맹주같은 이미지로 Paul을 그려내곤 하더라. 하지만 구글에서 Paul Roland를 찾으면 Paul 말고 롤랜드 키보드 얘기가 한 90%는 돼 보이니 그 눈물나는 인지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찬사라면 Frank Zappa가 Paul Roland 좋긴 한데 내겐 너무 어려워 식으로 말했다는 얘기지만, 검색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째 Paul 혼자 약 팔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도록 한다. 말하고 보니 Frank Zappa가 어렵다고 얘기했다면 그만한 악담도 별로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 약 냄새 물씬 풍기는 포스트펑크풍 연주를 듣자니 사실 나쁘지는 않지만 Paul이 약 팔고 다닌 건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Joy Division과 Mark Bolan을 묘하게 섞어낸 듯한 모습인데, 그 고쓰풍 스타일에 심심찮게 양념을 치는 바이올린 연주 덕분인지 David Tibet를 예견하는 듯한 음악이라는 평가를 하는 이도 있다. 그런 평에 사실 그리 동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앨범에서 Paul이 주욱 늘어놓는 레퍼런스들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네오포크도 충분히 즐길 수 있잖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생각해 봐도 Paul의 음악은 퀄리티를 떠나서 일단 스펙트럼은 꽤나 넓은 편이었다. 챔버 팝에서 사이키델릭 록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가장 약 냄새 짙은 ‘Venus In Furs’가 앨범의 핵심.

[New Rose,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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