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컴퓨터를 켤 여유가 별로 없었는데 그 사이에 Ralph Santolla가 불귀의 객이 되었다니 별로 많은 건 아니지만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렇게까지 좋아한 연주자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Ralph의 가장 잘 알려진 연주는 Deicide와 Obituary에서의 것이었고, 그의 스타일이 어쨌든 데스메탈과는 그리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말하자면 테크니션의 손에 깊게 박혀버린 손버릇이 끝내 발목을 잡았던 경우인 셈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 독실한 카톨릭 신자가 Deicide에 어떻게 합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Glen Benton이 대체 어떻게 약을 쳤을지 궁금해지지만 그리 중요한 얘기는 아닐테니 이쯤에서 각설하고.
Ralph의 그런 스타일이 데스메탈에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스래쉬메탈이나 파워메탈에는 잘 어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도 이 커리어 내내 절반은 세션맨이었던 인물이 주도한 몇 안 되는 밴드였던 Millenium이 아무래도 가장 좋은 예시일 법한데, 한 장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가장 거친 앨범이었던 “Jericho”가 개인적인 선택. 워낙 손버릇 화려한 양반의 연주인지라 군데군데 프로그레시브 메탈처럼 넘어가려다 주저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멜로디가 확실히 받쳐주는지라 그 정도 아쉬움은 쉬이 가려진다. 커버가 멋대가리 없더라도 ‘My Saving Grace’에서 ‘My War’까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고 Ralph의 묘비 앞에 꽃 한 송이라도 더 올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명복을 빈다.
[Metal Heaven,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