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hia2001.jpg항상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여기저기 많이도 얼굴 비추는 Peter Bjärgö이지만 그래도 개중 가장 여유있는 마음으로 굴리는 프로젝트는 Sophia일 거라는 별 근거는 없는 예상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본진이야 Arcana이겠지만 Arcana는 자기 브랜드라고 마음대로 하기에는 이젠 너무 큰 이름이 돼 버렸고, 그렇다고 다른 밴드에 가서 하자니 주변에 당췌 밝은 양반을 찾아볼 수 없는지라 뭔가 가볍게 하기도 쉽지 않을진대, Sophia라고 해서 딱히 가벼운 스타일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Peter 입장에서는 좀 더 만만해 보였을 것이다. Arcana의 무게있는 네오클래시컬보다는 좀 더 뒷맛 씁쓸한 유머를 곁들인 사운드나, 때로는 Karjalan Sissit에서나 했을 법한 거친 일렉트로닉스는 Arcana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거니와 어울리지도 않을 모습들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한참 남은 2001년 11월에 왠지는 모르지만 산타 커버로 나온 이 7인치는 유머러스할 것처럼 생겼으면서도 Sophia의 발매작 중 가장 거친 사운드(다 들어본 게 아니므로 장담은 할 수 없음)를 담고 있다. Arcana풍의 멜랑콜리는 싹 치워버리고 ‘밀리땅’한 비트의 노이즈와 일렉트로닉스로 구성된 싱글인데, 과장 섞으면 비트가 Arditi급인지라 추운 겨울철 뜻하지 않게 꽤 후련한 비트를 맛볼 수 있다. 말하자면 팬서비스처럼 생겼으면서 기존 팬들로서는 조금은 황당할 음악을 담고 있는 셈인데, 하긴 2010년에 Cyclic Law에서 재발매됐다는 사실도 이 싱글이 얼마나 판매고에 관심 없이 나온 물건인지를 알려 준다. 그런데 좋다고 듣고 있는 내가 사실은 더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Peter가 만든 가장 재미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Erebus Odora,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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