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반들이 아직 살아있었구나 싶은데, 잠시 살펴보면 앨범 제목이 ‘새로운 Blutgericht’다. 알다시피 이 양반들의 2005년 앨범이 “Blutgericht”이므로 뭔가 재탕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데, 문제는 이 앨범이 재탕도 아니고 그 2005년작을 이름만 바꿔 다시 낸 앨범이라는 점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독일 내 판매금지를 피하기 위해 2005년작의 수록곡 중 ‘Der Henker’를 빼고 대신 ‘Größer als der Tod’를 넣었다는 점인데, 2014년에 나온 “Größer als der Tod” EP를 가진 이는 당연히 별로 없을 거기 때문에 그만큼의 메리트는 있겠지만 그 이상이야 기대하기 어렵다. 하긴 Absurd의 앨범을 들으면서 음악적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거다.
그래도 앨범은 “Blutgericht”가 그랬듯이 들을 만하고, ‘Größer als der Tod’도 실제 녹음된 건 “Blutgericht”와 비슷한 시점이라 그런지 사실 별 이질감은 없다. 오히려, 적어도 “Totenlieder”부터는 확실해진 Absurd풍의 ‘제대로 된’ 블랙메탈 사운드는 이 앨범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그 이전의 눈물나는 퀄리티의 RAC 사운드를 졸업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을 확보한 이후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심지어 이젠 음질마저도 좋다). ‘Die Galgenbruder’나 ‘Strum Bricht Los’ 같은 곡의 리프는 이들의 이름이 그냥 “Lord of Chaos” 덕에 알려진 건 아님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말한다면 밴드는 확실히 “Totenlieder” 부터는 그래도 사람 노릇 하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Facta Loquuntur”의 눈물나는 연주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길.
[Schwarzburg Produktione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