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내내 절반은 세션맨이었던 Ralph Santolla는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었지만, 정작 기타리스트로서의 솔로작은 이 괴이한 이름의 앨범이 유일하다. “Requiem for Hope”라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지만 많이들 아시다시피 끝맺음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 앨범이 나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Millenium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Ralph가 음악적 방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예인 셈인데, 뜬금없이 앨범 제목에 소림사가 나온 덕분인지 이 앨범에 관심을 가졌던 이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긴 내가 봐도 이 푸르죽죽 디자인이 구매욕을 당기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앨범은 사실 꽤 잘 다듬어진 기타 인스트루멘탈이다. 제목에도 불구하고 에스닉한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앨범인데(뭐, Wu-Tang Clan이 중화 사운드로 떴던 것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자), 참 많은 뮤지션들이 골고루 생각난다는 점이 개성 아닌 개성이라 할 수 있겠다. 조금은 Joe Satriani, 조금은 Michael Schenker, 조금은 Jeff Beck 뭐 이런 식의 곡 구성인데, 결국은 꽤 매끈한 멜로딕메탈에 이른다는 게 기타리스트 본인의 노련함을 보여준다. Helge Engelk와 Vinny Burns가 참여한 ‘Starlight’가 홍보하기도 좋았겠지만 귀에도 잘 들어온다. 뭐, 이 정도 앨범이야 솔직히 드물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눈물나는 판매고 덕인지 싸게 잘 나오는지라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 이런 걸 장점이라 할 수 있으려나…
[Frontiers,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