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ofevil2012Lord of Evil은 폴란드 블랙메탈의 꽤 묵직한 이름이다. 묵직하다는 게 뭐 음악을 그만큼 잘해서 그랬다기보다는 폴란드 NSBM의 가장 최초의 이름들 중 하나였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사실 Lord of Evil만 본다면 나치 이미지 외에 사타니즘 이미지도 차용하던 밴드였고, 그런 류의 밴드들이 이미지만의 차용을 주장하며 이데올로기와의 무관함을 주장한 사례들은 이미 꽤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밴드는 1995년 War88로 이름을 바꾸면서 조금은 모호하던 정체성을 분명히 한 만큼(War88은 ‘White Aryan Resistance Heil Hitler’의 약어이다) NSBM이란 분류에는 큰 문제는 없는 법하다. 그렇게 치면 이 밴드는 Graveland보다도 더 오래 된 NSBM 밴드이고, “In the Glare of Burning Churches” 이전의 Graveland가 확실히 좀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던 걸 생각하면 떡잎만큼은 Lord of Evil이 더 나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럼 왜 이들은 Graveland만큼 알려지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사실 이유는 간단한 것이 “Epliogue”까지의 Graveland가 덜떨어졌다 해서 이들이 참 탁월했다 그런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그림자 드리운 구리구리한 음질이 거친 블랙메탈이 담겨 있는데, 기본적으로 리허설 음원인 만큼 기대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곡은 ‘Kill the ZOG!’를 외치는 ‘Nazi Killer’이겠지만 사실 들어 보면 Napalm Death의 ‘You Suffer’나 이거나 곡 길이 정도 빼면 딱히…(물론 연주는 이들이 훨씬 못하기는 한다). 1990년대 초반 폴란드 블랙메탈의 맹아의 모습이 어땠는지에 대한 사료의 의미로만 짚고 넘어가면 충분할 것이다. 이 컴필레이션이면 밴드가 발표했던 웬만한 음원은 다 들어 있으니 컬렉션용으로는 확실히 유용하다.

[Under the Sign of Garazel Prod.,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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