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showmania.jpgThe Cure는 아마도 내 경험에서는 좀 어두운 메탈을 좋아하던 이들과 브릿팝 또는 얼터너티브를 즐겨 듣던 이들 사이의 엄청난 간극 어딘가에 드문 교집합처럼 존재하던 밴드였다. 그 정도의 입지에 도전했던 밴드가 내 기억에 둘 있었는데, 하나는 “Psychocandy” 시절의 Jejus and Mary Chain이었고(지금 생각하면 좀 신기한 일이기는 하다), 나머지 하나가 바로 “Mania” 시절의 The Lucy Show였다. 물론 둘 다 The Cure만큼 양쪽의 지지를 얻어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The Cure가 국내에서 잘 팔린 건 절대 아니었으니(안타까울 정도로 공간감 넘쳤던 예전 신촌 큐어 바가 문득 떠오른다) 따지고 보면 정말 그것도 그들만의 리그 식의 놀이였던 셈이다. 각설하고.

음악만 따지고 보면 The Cure보다도 좀 더 도회적이면서도 듣기 편한 감이 있었던 앨범이지만 – 가끔은 그 시절 REM 수준으로 – 그래도 귀에 남는 곡은 The Church 풍의 묘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Sad September’ 같은 곡이다. 그러고 보면 Echo & the Bunnymen이다 Psychedelic Furs다 회자되던 브리티쉬 포스트펑크 밴드가 많았는데 귀에 가장 들어왔던 이 밴드는 그 중에서도 묻혀버렸으니 이 장르도 참 나와는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80년대 특유의 낭만을 담고 있는 포스트펑크 앨범이라면 이만한 것도 찾기 힘들다는 나름의 확신을 붙여본다. 오리지널은 위 사진과 다른 커버로 나왔는데, 이거나 그거나 사실 멋대가리 없기는 매한가지라 보이므로 결국은 취향 문제이겠지만 꼭 그쪽을 택할 필요는 없을지도.

[Big Time,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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