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g이나 Soft Machine을 나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사실 Daevid Allen의 솔로작까지 관심갖고 열심히 찾아듣거나 했던 기억은 솔직히 없다. 애초에 대체 앨범을 얼마나 낸 건지 짚어 볼 엄두도 잘 안 나는 양반이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Gong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그 특유의 유쾌한 스타일의 스페이스록 연주였던 것 같다. Radio Gnome Invisible 트릴로지가 인정받는 걸 보면 아마 나만 그랬던 건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렇게 Allen이 Gong에서 우주생물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반면, 내가 처음으로 접한 Allen의 솔로작이었던 “Now is the Happiest Time of Your Life”(뭐 라이센스됐으니까 아마 제일 쌌을 것이다)는 Allen의 다른 앨범들보다는 좀 진중하고 단조로운 편이었다. 뭐 Allen이 생각하는 우리네 인생이 실제로는 그렇게 단조로운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막 나가는 맛은 좀 덜하다는 면에서는 이 솔로작도 크게 다르진 않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호주 관광청 지원받아 만든 “물의 나라 호주” 다큐멘터리 OST 같은 느낌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Gong의 앨범이었다면 아마 실리지 않았을 법한 ‘발라드’인 ‘Gaia’ 같은 곡은 기존 Allen의 팬이라면 오히려 Allen을 잘 모르던 이들에게 더 어필할 법하다. 물론 인물이 인물인지라 당장 다음 곡인 ‘Peaceful Warrior’부터 원래대로 막 나가주니 그렇다고 초심자용 앨범이라 하는 건 금물이다. Gong보다는 Gongmaison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해볼 만한 음악인데… 생각해 보니 Gongmaison을 들어봤을 정도라면 이 앨범 정도는 이미 들어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들었다. Allen 특유의 막 나가는 재즈록이 번뜩이는 ‘She’가 그래도 가장 귀에 박힌다.
[Demi Monde,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