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Noia”가 가장 유명할 폴란드 둠-데스 밴드이지만, 인간적으로 “Noia”는 꽤 들을만한 건반에 빈약한 보컬을 끼얹은 둠-데스 앨범라고 생각한다(뭐 멜로디는 나쁘지 않았다). 사실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기껏 잡아놓은 분위기를 갑자기 깨 버리는 그루브였는데, 그런 그루브가 이미 몸에 익어 버렸는지 밴드는 오히려 후속작에서 그 그루브를 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런데 밴드의 강점은 꽤 들을만한 건반과 멜로디였으니, 아무래도 이 앨범의 묘한 스타일은 나름의 장점들을 모두 살리려는 선택이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프로그레시브했던 이 앨범은 유니즌은 커녕 ‘Days of Fight, Days of Hope I’, ‘The Meeting’ 정도의 예를 제외하면 짤막한 기타 솔로잉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리프에 실린 약간의 인더스트리얼 메탈 터치는 빵빵한 건반에 리프가 묻히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계산된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곡 하나하나의 전개는 사실 심플한 편인데, 곡마다 스타일을 바꿔가면서(말하자면 Voivod부터 Fear Factory까지) 중간중간 소품도 많이 써먹는지라 별 컨셉트 없는 앨범이지만 흐름만큼은 크고 굵직하게 가져간다. 그래도 “Symbol”에서 밴드가 바로 그 트리키함을 때려치우는 걸 보면 이런 다각적인 시도가 살림살이에는 별 도움이 안 됐던 모양이다. 하긴 세상사가 꼭 기대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Metal Mind,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