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balba1994.jpgXibalba는 그리 흔한 밴드명은 아니지만 이 이름을 가진 밴드들이 생각 이상으로 유명세를 얻은 덕에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마야 신화에 나오는 지하세계의 우두머리격 신의 이름이라 알려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이름을 고른 밴드들이 컨셉트도 대개 비슷한지라 동아시아의 문외한으로서는 들어보기 전에는 구별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그런 밴드들 중에는 캘리포니아의 그 Hatebreed 데스메탈 버전 같은 밴드와 이 밴드가 국내에서는 가장 알려진 듯하다. 물론 공식적인 근거 같은 건 없고, 전자야 음악도 음악이거나와 레이블도 Southern Lord이기 때문에 접하기 쉬웠다면, 이 밴드는 바로 이 앨범이 예전부터 꾸준하게 중고음반 매장에 악성재고로 보였다는 경험적 사실 정도를 얘기할 수 있갰다. 얘기하매 어째 서로 느낌이 되게 다르지만 기분탓이라고 해두자.

그렇지만 내용물은 1994년의 그 어느 블랙메탈 앨범에 비교하더라도 별로 뒤떨어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첫인상에 떠오르는 밴드는 Darkthrone이지만, 아무래도 출신이 출신인지라서인지 보통의 노르웨이풍보다는 스래쉬 리프도 강하고 타코 냄새 묻어나는 듯한 멜로디의 포크 연주도 빠지지 않는다(특히 ‘In Daemones Imperium’). 말하자면 아주 포크적이면서도 바이킹메탈 느낌이 전혀 없는 보기 드문 형태의 블랙메탈이고, 스래쉬 느낌 강한 리프 덕에 때로는 블랙스래쉬에 가깝게 들리는 음악인데, 베이스를 정점으로 리듬 파트가 확실히 강조되어 있는지라 흥겨움이라는 면에서는 이쪽이 더 나을지도. 물론 그렇다고 장사가 잘 됐을 리는 없어서인지 밴드는 2010년부터는 굳이 Xibalba Itzaes라는 꼬리가 붙은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저런다고 앨범 더 팔릴 리는 없건마는 그래도 생계에 지장 없는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한 장 더 나왔으면 해서 하는 얘기다.

[Guttural,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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