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river1987.jpg그런지 얘기 나올 때 이름 나오는 걸 별로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Temple of the Dog보다는 좀 더 앞서 얘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는 밴드. 지금도 그런지를 좋아하지 않고 한 7~8년 전에는 나태하게 인생을 낭비한 죄로 지옥에 간다면 아마 그런지(보다는 포스트그런지) 찾아듣던 시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그런지라는 스타일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거칠고 하드록 맛이 있었던 일종의 ‘프로토타입’에 가깝던 시절의 음악은 지금도 간혹 찾아 듣는다. 사실 비평 글에 종종 나오는 80년대 말엽 메탈의 상업화로 인한 얼터너티브의 등장과 메탈의 몰락 등의 얘기를 음악 들으면서 체감한 경험은 거의 없는데(그거야 일단 내가 메탈헤드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그 얼터너티브 무브먼트가 주창했다는 ‘진정한 하드록이란 이런 것이다’ 식의 슬로건에 더 부합해 보이는 음악이랄까.

시절이 1987년인데다 레이블도 Sub Pop이고 기타와 베이스에 Pearl Jam의 두 코어 멤버를, 보컬에 Mudhoney의 Mark Arm를 박아 둔 밴드인지라 아무래도 Nirvana류보다는 개러지 록의 느낌이 더욱 강한 편이다. 과장 좀 섞으면 “Vs”의 Pearl Jam을 (좀 더 엉성한 연주력으로)좀 더 거칠고 지저분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인데, 신기할 정도로 수록곡들 대부분이 인트로만큼은 아주 인상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Mark Arm의 보컬이 등장하면서 곧 인트로에 잠시 홀렸던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 게 문제다(‘This Town’이 가장 두드러진 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지에 대한 편견이 들어간 만큼 밴드로서는 좀 억울한 얘기일지 모르겠다. 내 생각보다 세평은 훨씬 좋은 편이긴 하더라. 1987년 발표한 두 EP의 합본.

[Sub Pop, 1987]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