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lip Anselmo가 들어오기 이전 Pantera에 대해 보통 갖고 있는 이미지는 답 없는 팝메탈 밴드에 가깝지만 사실 “Cowboys from Hell”부터의 히트에 비할 수 없을 뿐 그 이전에도 Pantera는 그렇게 구린 밴드는 아니었고, Anselmo에게 자리를 내 주었던 Terry Glaze도 그렇게 마냥 치이고 다닐 만한 인물은 또 아니었다. Lord Tracy는 Terry가 Pantera에서 방을 빼고 나서 합류한 밴드인데, Uni Records에서 앨범이 나왔으니(이름이 저래서 그렇지 MCA의 서브레이블이다) 그런 시각이 꼭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거라는 짐작이 있다. 솔직히 화끈하게 망해버렸던 판매고에 비해서는 훨씬 괜찮은 밴드였다는 생각도 있다. 레이블 입장에서도 기대가 컸는지 녹음도 아주 잘 되었다. 트리키한 구석이 많은 베이스라인을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그 시절 다른 메이저 메탈 밴드의 앨범보다 강조되어 있는 베이스도 앨범의 개성이 된다.
그렇지만 또 사실 왜 망했는지도 듣다 보면 이해는 가는 앨범이다. 다재다능한 멤버들을 모아 놓은 듯한 밴드였지만 그 때문인지 앨범은 컨셉트야 애초 기대가 없다손 치더라도 참 잡다한 스타일이다. 다양한 거야 좋지만 밴드의 색깔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곡마다 제멋대로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Out with the Boys’ 나 ‘In Your Eyes’ 같은 곡이야 충분히 익숙하지만 그 곡들에 익숙할 만한 이들이 ‘3H.C.’ 같은 곡의 당혹스러운 랩에 만족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긴 바야흐로 Run DMC가 이미 잘 나가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차트 입성을 노리는 입장에서 이해 못 할 모습은 아니었을지도. 물론 후대의 입장에서 거기까지 신경써 줄 여유는 없지만 말이다.
[Uni,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