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뭔가 나사 빠진 듯한 커버의 앨범은 커버의 인상과는 달리 꽤 클래식한 구조의 둠 메탈을 담고 있다. 사실 덴마크 둠 밴드라고 하면 Saturnus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인데다 커버가 저 모양이다 보니 이런 음악은 좀 뜻밖인데, 게다가 Saturnus처럼 짙은 인상의 멜로디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반복적인 리프를 주무기로 삼는 스타일의 둠인지라 듣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컬의 소리지르는 모양새는 블랙메탈의 그것에 더 가깝지만 묵직하게 깔아주는 리프는 때로는 슬럿지 생각도 난다. 때로는 밀리터리 팝에 가까울 정도의 둔탁한 비트를 들려주는 드럼과 샘플링이 묵직한 분위기 위에 블랙메탈의 어둡고 날카로운 기운을 얹는다. 참 건조하게 들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진면목은 마지막 곡인 ‘Apocalypse’에 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잘 만든 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둠 메탈에 밴조와 클라리넷, 아코디언이 때로는 헛웃음이 나면서도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건 아주 새로운 경험이다. 클래식한 둠메탈 스타일이라면 ‘Era of Decadence'(다른 곡들과도 수준이 틀린데, 자기들도 알았는지 이 곡만 다른 곡들과 음질이 틀리다)를, 재미에 중점을 둔다면 ‘Apocalypse’를 일청을 권해본다. 쓰고 보니 그래도 이 장르의 앨범 치고는 드물게도 다양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앨범인 셈이다. 지금껏 근면하게 활동하고 있는 덴마크 원맨 밴드의 데뷔작.
[Ván,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