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blutharsch2016Der Blutharsch는 잘 알려져 있듯이 “The Philosopher’s Stone”을 마지막으로 기존의 네오포크를 더 이상 연주하지 않고 있다. 하긴 밴드는 그 전부터 보통의 네오포크보다는 더 로큰롤에 근접한 사운드를 연주하고 있었긴 했지만, 저 앨범부터는 ‘martial’ 느낌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문제렷다. 그게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니 요새는 포스트-네오포크 소리까지 나오는 모양이지만, 안 그래도 분류 어지러운 네오포크에 새로운 레떼르를 붙이는 게 그리 환영받을 일은 아닐 거라 예상된다. 그러니 이 앨범이 좋은 소리 못 듣는 것도 이해는 간다. Der Blutharsch의 앨범에 포스트-네오포크 같은 광고문구를 붙여놓고 있으니 이 레이블이 돈 못 버는 이유는 팔고 있는 음악을 떠나서 그네들의 능력부족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그래도 앨범은 Albin Julius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레퍼런스를 접해 왔고 매끈하게 소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장르를 분류한다면 사이키델릭 록이라 해야겠지만 크라우트록 식의 사이키에 가까운데다, 때로는 Black Sabbath풍의 묵직함과 Hawkwind의 펑크적인 질주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밴드의 이전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마도 2번 트랙의 고쓰풍 여성 보컬일진대, 역시 게르만 액센트 강한 영어 발음이 크라우트록 생각을 지울 수 없도록 한다. 그러니 결국 네오포크가 아니라 사이키델릭 프로그 앨범인 셈인데, 하긴 레이블 샵에서 Donovan까지 팔고 있는 거 보니 파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그런 의미에서 사이키델릭 밴드 Der Blutharsch의 시작을 알리는 꽤 준수한 앨범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쓰고 보니 앨범에 밴드명은 Der Blutharsch And The Infinite Church Of The Leading Hand라고 박아두고 있지만 결국 쓰는 건 앞부분 뿐이다. 음악도 똑같은데 이름은 왜 따로 굴리는 걸까.

[WK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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