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에 나오던 그 Leviathan을 이렇게 없어보이게 표현한 커버도 드물 거라 생각하는데, 하긴 하느님이 이사야서에서 레비아탄을 죽여 고기를 나누셨으니 강력했을지언정 결국은 일용할 양식에 불과한 존재일지니 이렇게 표현했을지도 모른다고 쓰면 아마도 그건 헛소리일 것이다. 앨범 커버에서 아무런 켈틱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Cruachan(이건 사실 좀 과장이긴 하다)나 Cnoc an Tursa 같은 밴드를 일견 연상할 수 있는 ‘켈틱 포크’ 스타일의 데스메탈인데, 포크의 분위기가 그리 짙은 편은 아니다. 포크라기보다는 좀 에스닉한 멜로디라인을 가진 멜로딕데스라고 해도 괜찮을 법한데, 데뷔 EP인 “Shores of Evilon”이 Amon Amarth에 좀 더 예테보리 물을 끼얹은 듯한 멜로딕데스 앨범이었음을 생각하면 일관성 있는 행보인 셈이다.
그래도 앨범의 개성이 가장 살아나는 부분은 포크의 색채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클린 보컬과 그로울링을 병치시키면서 켈틱 멜로디를 풀어내는 ‘The Sacred’의 쓸데없을 정도의 흥겨움은 보통의 예테보리 스타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Skyclad 정도의 ‘경박함’까지는 아니고, ‘When the Leaves are Falling’ 같은 곡에서는 결국은 블랙메탈을 의식했을 황량한 분위기를 재현하기도 하니 마냥 흥겨움을 경계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오히려 나처럼 멜로딕데스를 좋아한 시절이 살짝 지나간 경우에는 이런 앨범이 더 귀에 들어올 수도 있을지도. 참고로 난 이 앨범을 아주 좋게 들었다.
[WormHoleDeath,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