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블랙메탈 밴드의 데뷔 데모. 데뷔 데모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한데 데모긴 하지만 레이블이 엄청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 음원을 CD로 발매하는 기염을 토한 앨범이다. 물론 이 레이블의 발매작 몇 장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그 심미안을 믿을 수가 없기는 한데, 유럽이나 아시아가 아닌 남미의 포크 바이브 묻은 블랙메탈을 표방하는 앨범이 쉬이 나타나는 건 아닌지라 나올 때부터 은근 이목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 남미 포크와 메탈의 만남이라면 일찍이 Sepultura가 “Roots”를 내면서 써먹었던 홍보문구이다만, 그 앨범을 재밌다고 생각할지언정 좋아하지는 않는 입장에서는 나름 기대가 된다.
그렇게 접한 음악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편이다. 사실 블랙메탈이 베이스기는 하지만 헤비메탈의 전형에 가까운 리프를 많이 써먹는데다(특히나 “Hammerheart” 시절의 Bathory), 플루트 등을 이용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생각보다 자주 만들어낸다. 사실 홍보문구에 비해서는 그 ‘남미 포크’의 면모는 간혹 등장하는 챈트나 이름모를 ‘전통 악기’ 소리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데, 그런 점을 생각하면 그냥 남미에서 나온 바이킹메탈 정도로 설명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찾아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레이블이 뭘 믿고 CD로 냈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울 그럴 앨범… 이지만, ‘Luz Naciente’ 같은 곡의 독특한 분위기는 한번쯤 접해 보심도 좋을지도.
[Catáfila Produccione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