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y Aura는 2016년에 Blood Music에서 이 데뷔작을 재발매했다. 사실 말이 재발매지 2014년에 디지털로만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피지컬로는 2016년이 처음 발매니 느낌상으로는 2016년에 처음 나온 밴드처럼 보인다. 뭐라고 읽을지 망설여지는 이 앨범은 네덜란드의 탐험가 빌럼 바렌츠의 이야기에 토대한 콘셉트 앨범이라고 하는데… 매우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에 이게 블랙메탈에 어울리는 얘기련가 싶지만, 바렌츠 해를 포함해 북유럽 지역을 16세기에 탐험했던 사람이라고 하니(게다가 세번째 항해에서 조난으로 사망했다고 함) 생소할지언정 써먹을 만한 얘기일 것이다(사실 부클렛에 삽화까지 해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놓고 있기는 한데 그리 열심히 읽어보지 않았다). 하긴 미국 쪽에서 대자연으로 썰 푸는 블랙메탈 밴드가 워낙 많이 나왔던지라 특이할 것도 없겠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Deathspell Omega 이후 많은 블랙메탈 밴드들이 들어버린 달갑잖은 버릇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의 블랙메탈을 통해 북유럽 바다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이 앨범은 적어도 2016년 기준으로는 – 지금도 그리 다를 건 없다 싶지만 – 보기 드문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비교적)근래의 밴드와 비교하자면 Wolves in the Throne Room이 Dissection 물을 좀 먹은 채로 연주하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느낌인데, 내 기준에서 이야기꾼으로는 이들이 더욱 뛰어나다. Angantyr를 좀 더 모던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만든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블랙메탈 버전 모비 딕을 만들자니 어지간한 재간으로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묵직한 비트가 기억을 때리는 ‘Een Bevriezende Zee’를 추천해 본다.
[Self-financed,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