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1974.jpg딱히 Queen 팬이라고 얘기하고 다닌 적도 없는데 하도 보헤미안 랩소디 봤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생각난 김에 간만에 들어본 앨범. 냉정히 얘기해서 Queen의 앨범 가운데 자주 회자되는 편에 속하는 앨범은 아니지 싶지만 Queen의 앨범들 중 최애작이라면 나로서는 이 앨범이다. 만듦새의 수준을 떠나서 “A Night at the Opera”부터의 음악은 확실히 ‘브리티쉬’ 록 밴드에게 보통 기대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Queen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Queen이 대단한 밴드였다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메탈바보에 가까운 취향에 그런 얘기는 타당한지 여부를 떠나서 깊이 받아들여지는 내용은 아니다. 말하자면 “Sheer Heart Attack”은 Queen이 마지막으로 그나마 ‘브리티쉬’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앨범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가장 단적인 예야 Queen보다도 Metallica 때문에 더욱 유명할 ‘Stone Cold Crazy’가 있겠고, 오버더빙된 코러스만 뺀다면 Brian May 특유의 로큰롤 리프가 돋보이는 ‘Now I’m Here’도 있고, 오프닝으로 더할나위없는 ‘Brighton Rock’도 있다. ‘Seaside Rendezvous’도 Queen 스타일의 랙타임이니 오페라나 아레나의 화려함보다는 길거리의 흥겨움에 가깝다. 뭐 기본적으로 보컬과 받쳐주는 코러스가 워낙에 화려한 밴드인데다 ‘오페라틱’한 개성이 본격적으로 머리를 내미는 것도 이 앨범부터다보니 그렇다고 이 앨범이 내가 생각한 ‘브리티쉬’에 가까웠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러니까 곡 하나하나는 기억이 분명컨대 앨범을 통으로 들었던 기억은 꽤 아련해져 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 안 봤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거다.

[EMI,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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