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저 앨범명을 검색하면 당연히 첫째로는 성경 얘기가 나올 것이고, 둘째로는 Behemoth의 컴필레이션 얘기가 나오겠지만, Art Inferno의 이 유일작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래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신진 이탈리아 심포닉블랙 밴드의 데뷔작! 정도의 평을 듣곤 했다. 물론 이탈리아 심포닉블랙 앨범에서 딱히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흔치는 않은데다 하필 레이블이 Scarlet인 덕에 그런 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기대는 크지 않았다. Cradle of Filth와 바그너의 만남! 식의 믿어줄래도 조금은 민망한 광고문구도 그렇고, 잘 그렸다고는 절대 말 못할 커버도 비호감을 한층 더한다.
그럼 그 광고문구가 그냥 뻥이었는가? 사실 바그너는 아무래도 좀 너무 나간 얘기였지만 Cradle of Filth는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단 Nerio의 보컬이 Dani Filth와 비슷한 스타일인데다(특히 그 ‘팔세토’) 노르웨이풍 심포닉보다는 적당히 고딕적이면서 ‘스푸키’한 분위기에 가까웠던 신서사이저도 퇴폐적인 맛을 더했다면 꽤 비슷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파이프오르간 톤을 꽤 잘 사용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달리 얘기하면 블랙메탈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등은 덜하다는 뜻인데, 하긴 광고문구부터 바그너 얘기하는 양반들이 그런 걸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들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 쉴 새 없이 변화를 가져가면서 다채로운 건반을 과시적일 정도로 보여주는데, 과시도 ‘Be Silence My Ossuary’ 정도로 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사실 그 한 곡 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론 내 생각이다.
[Scarlet,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