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onia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너의 입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레이블이 망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는 게 조금 놀랍다. 기억이 맞다면 군 입대할 때쯤 생긴 레이블이었는데 이곳만큼 꾸준하게 돈 먹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곳도 드물었다(거의 Wild Rags 수준). 가장 유명한 건 소속 밴드였던 In Aeternum에게 돈 떼먹었다는 이야기 정도? 그쯤 되면 이 좁은 바닥에서 왕따되기 십상이건만 오히려 이 레이블은 거물 밴드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이면서 지금은 꽤 규모 있는 블랙메탈 레이블이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화려한 라인업의 카탈로그를 보자니 어쨌든 주인장의 안목은 확실한지라 그거 하나로 버텨온 게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거 너무 잘 나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레이블의 금년 발매작들 중 그런 주인장의 안목을 가장 확실하게 입증하는 예라면 아마도 Voidhanger의 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폴란드 blackend-death 스타일 밴드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이들이라 생각하는데, 원래 크러스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그런 색채가 더 짙어졌다. 그렇지만 또 곡의 구성은 그리 심플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가끔은 Deathspell Omega의 모습도 언뜻 보인다(하긴 요새 Deathspell Omega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블랙메탈 밴드를 찾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런 면에서는 초창기 Napalm Death가 살짝 프로그레시브해진 스타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만, 그렇다고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니 우려할 것까지는 없다. Infernal War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High on Hate’가 개인적인 앨범의 백미.
[Agonia,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