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h-fairwarning.jpgVan Halen은 개인적으로는 록 밴드의 ‘전형’ 처럼 생각했던 밴드이다. 나야 그 세대가 아니니 잘 모르지만, Led Zeppelin을 최고의 밴드였다고 회자하는 희끗해진 머리칼의 아재들이 호방하면서도 뛰어난 보컬과 금발의 테크니컬 기타리스트, 스테이지를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의 화려한 무대를 얘기할 때 내가 직관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Van Halen이었다는 뜻이다(말하고 보니 금발에서 걸리는구나). 물론 그런 외양의 하드록/메탈 아레나 밴드가 등장할 수 있었던 건 1980년대가 아마 거의 마지막이었기도 했을 것이고, 이후 점점 구리구리해져 가는 취향사를 돌이켜 보면 Van Halen은 내게는 어떤 의미에서 동시대를 경험한 ‘마지막’ 슈퍼스타 밴드였던 셈이다. 뭐 난 당시 초딩이었으니까 이렇게 얘기하기 민망한 구석이 없지는 않다. 각설하고.

“Fair Warning”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Van Halen의 앨범이다. 이유야 꼽는다면 ‘Mean Street’가 있기 때문이고, 들으면서도 때로는 마냥 긍정적인 아메리칸 하드록으로 달려가는 감이 있는 밴드가 Van Halen이라면 이 앨범에서는 짙지는 않아도 분명 조금은 그림자가 있는 사운드를 연주했기 때문이겠거니 싶다. ‘So This is Love?’ 정도를 제외하면 그 이전작들과 비슷한 곡은 별로 없다. ‘Unchained’만큼 헤비메탈스러운 리프를 가진 Van Halen의 곡들을 내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뭐 그렇다 보니 나처럼 굳이 이 앨범을 밴드의 최애작으로 꼽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종일 ‘Jump’와 ‘Panama’만 흘러나오는 세상이라면 라디오 듣다가 너무 질려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만큼 ‘Unchained’를 버릴 수가 없다. 뭐 이것도 충분히 미국적이기는 하지만.

[Warner,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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