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퀘벡 출신의 블랙메탈 밴드가 한둘이냐마는 그래도 이 지방에서 나온 블랙메탈이라면 어느 정도 전형이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Tour de Garde나 Sepulchral Prod. 같은 레이블의 역할이 큰 탓이겠지만 대개는 심플하고 선 굵은 멜로디를 트레몰로로 긁어대는 거친 앨범들을 접하곤 한다. Frozen Shadows나 Tenebrae 정도를 제외하면 키보드를 쓰는 밴드도 꽤 드물다(뭐 키보드를 썼다고 딱히 사운드가 깔끔하거나 한 건 아니다). 동네가 노르웨이만큼 추워서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주변에 둘 다 가 봤다는 사람이 없다보니 그런 가설이 일단 성립되는지조차 불확실하다.
그런 면에서 Ifernach는, 노르웨이풍을 따라가는 밴드라는 점에서는 동향 밴드들과 비슷한 편이지만, 일단 비중이 크진 않더라도 키보드를 꽤 멋들어지게 사용하는 편이고, 노르웨이풍이라고만 하기에는 나름 포크 바이브가 짙게 나타난다. 달리 말하면 ‘cascadian’ 스타일이 묻어나는데, 그 스타일을 90년대 초반 Emperor를 생각나게 하는 모습으로 풀어내려 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중간중간 Elffor풍 키보드 소품도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 충분히 기여한다. 펑크와 스래쉬풍 강한 연주가 돋보인다는 기묘한 리뷰가 인터넷상 보이던데, ‘Elle danse avec La Mort’ 같은 곡을 생각하면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냥 극적인 맛을 잘 살린 블랙메탈 앨범이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거 되게 좋다는 얘기다.
[Nekrart,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