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g83fragments.jpgPrag 83의 데뷔작 “Metamorphosis”는 은근 많은 관심을 얻어냈던 앨범이었다. 왜 (원맨)밴드명을 저렇게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Herr K.라는 이름과 앨범명을 보고 떠올릴 이름은 Kafka 뿐이다. 그러니까 저 데뷔작은 “변신”을 컨셉트로 해서 만든 앨범인 셈인데, 원작의 결을 잘 살려낸 음악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충분히 따뜻한 보컬과 어쿠스틱 연주를 붙인, 딱히 어둡지만은 않은 듣기 편한 네오포크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모 대학교 근처에서 ‘활동’하는 많은 통기타 유저들이 레퍼런스로 삼았으면 괜찮을 음악이겠다 싶은데, 하긴 그렇게 음악 찾아들을 분들이었다면 음악이 지금보다는 좀 더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건 그리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Fragments of Silence”는 텍스트상으로는 Kafka와 별 관련 없이 느껴지는데, 분위기만큼은 “Metamorphosis”의 모습을 이어나가고 있는 앨범이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보다도 좀 더 따뜻하고 ‘dreamy’한 분위기의 앨범이라는 점인데(특히나 ‘A Dream’과 ‘Roads’. 곡명이 곡명인지라 Portishead 생각도 난다만 음악은 다르다), 덕분에 ‘Metamorphosis’처럼 디스토션 연주도 나오는 곡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금년의 괜찮은 포스트록 앨범! 이라고 소개하는 이들도 있는 듯한데 그건 좀 지나친 얘기이지 싶다. 먹물 냄새 섞어 쓴다면 포스트록에서 흔히 접할 법한 주제(상실된 아름다움이랄까)를 네오포크의 방법론으로 호소하듯 풀어낸 앨범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 이런저런 얘기들은 접어두고 적당히 어둡고 도회적이지만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들려주는 포크라는 게 먹물 냄새 걷어낸 얘기가 되겠다. 쓰다 보니 자꾸 설명이 길어지므로 멋진 포크 앨범이라는 정도로 마무리하련다.

[Nordvi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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