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말할 필요 없는 Rakoth의 최고작이라고 한다면 “Planeshift”와 비교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이들이 많겠지만 일단 이 앨범을 들어 봤다는 표본 자체가 의외로 적으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Rakoth를 얘기하면서 이 두 앨범을 안 들어봤다는 게 조금 이해가 되진 않지만 뭐 현실이니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 시대에 보기드문 예술적인 블랙메탈 밴드! 식의 찬사를 받던 이들이니만큼 현재에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예술가라고 하면 흔히 불행을 필수적으로 달고 사는 사람을 떠올리게 마련이니 어찌 보면 참 예술가다운 인생을 살고 있는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썸네일 사진의 빈티가 왠지 갑자기 이해되고 있다). 예술가라고 빈곤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니 얘기 흐름을 이쯤에서 돌려서.
사실 “Dark Age Chronicles” 데모와 자주제작 데뷔작인 “Superstatic Equilibrium”의 수록곡들을 다시 연주한 앨범인만큼 2집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앨범의 존재 때문인지 정말 재조명은커녕 물건 보기도 힘든 데모와 데뷔작인만큼 그냥 Rakoth의 초기 음악 스타일을 대변하는 앨범 정도로 평하는 게 무난할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쓸데없을 정도로 곡을 뒤튼다는 느낌을 주던 “Planeshift”보다는 좀 더 듣기 편한 멜로디와 클린 보컬, “Planeshift”의 노하우 때문인지 한층 일신된 느낌의 드럼머신 연주를 생각하면 본작이 좀 더 손이 가는 편이다. 신서사이저가 아니라 실제 오케스트라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구현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Insurgent One’이 개인적인 앨범의 백미.
[Code666,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