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remacyofchaos2017.jpg너무나 Thy Serpent의 짝퉁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음악은 판이한 이 칠레 데스메탈 밴드는 기대보다 훨씬 탄탄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2008년부터 활동해서 이 앨범이 세 번째 정규작이지만, 하필 이 앨범으로 조금이나마 이름을 알린 뒤에 화끈하게 해체해 버리는 바람에 스완 송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만들어버린 모양이 되었다. 스타일도 하필 데스메탈이 잘 나가던 그 시절 플로리다 스타일인지라 대충 시기를 지워놓고 들으면 그 시절 알려지지 않은 숨은 실력자의 야심작같이 느껴질 정도. 그러고 보면 저 밴드명은 그리 잘 지은 이름은 아닌 셈이다. Thy Serpent라는 문구가 들어가는데 이런 음악이 나오니 꽤 마음에 들었는데도 뭔가 괜히 사기당한 듯한 느낌이 있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Monstrosity와 Immolation의 90년대 초반 스타일을 좀 더 거칠게(또는 좀 더 가난하게) 만든 모양새인데, 남미 밴드들이 흔히들 보여주는 ‘chaotic’한 맛과 그 적당한 가난함이 꽤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리프를 꽤 다양하게 늘어놓는지라 마냥 스트레이트한 데스메탈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특히나 ‘Into the Depths of Hell’이나 ‘Pedophilac Priest’ 같은 곡이 좋은 예인데, 가끔은 Trey Azagthoth와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리프가 귀를 솔깃하게 하기도 한다. 하긴 남미 데스메탈 밴드 치고 그런 느낌이 아예 없는 밴드도 찾아보기 어렵긴 한데, 그 전형적인 느낌을 가장 잘 살린 류의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 딱 세 장 내고 해체했으니 모으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 중 이 앨범을 먼저 구하는 게 나을 것이다. 250장 한정이므로.

[Ordo M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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