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5에서 수틀리면 핵폭탄을 날리곤 하던 마하트마 간디의 폭력성을 예견한 밴드라고 하면 말도 안되는 드립이겠지만 이 밴드에 주목한 많은 이들은 아마 나처럼 간디라는 인물에 보통 갖는 이미지와 메탈 음악(과 앨범 제목) 간의 웃기는 괴리감에 초점을 두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그리 구하기 어려운 앨범도 아니건만 이 앨범의 음악이 어떻다는 류의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듯싶다. 왜 독일 밴드가 굳이 간디를 내세워서 앨범을 냈는지도 모르겠지만(그런데 앨범 백커버에 실린 사진의 복장은 왠지는 모르지만 또 중동풍이다. 썸네일 사진 참조) Metal Giant라는 레이블도 생소하니 하긴 굳이 주목받을 이유도 없었던 셈이다.
그런 여러 가지 악조건을 고려하면 음악은 기대보다 훨씬 수준 높은 헤비메탈이다. 비교하자면 “Piece of Mind” 시절의 Iron Maiden을 좀 더 심플하게 만든 듯한 스타일의 음악인데, Bruce Dickenson만큼이야 물론 아니지만 나름 멜로딕하고 힘있는 Jones의 보컬도 그렇지만 Arnie Ghani의 빠르면서도 트리키한 연주도 귀에 들어온다. 반전을 주제로 한 가사야 그리 드문 특징은 아니지만 밴드 이름이 간디이다보니 평범한 가사도 꽤 재미있게 읽힌다. 이 정도라면 Noise에서 나왔다고 해도 충분히 믿을 만한 스타일의 앨범인데 어쩌다 이들은 Metal Giant에서 앨범이 나오게 됐나 싶지만, 또 인류의 과오와 실수의 역사가 유구한만큼 그 정도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놀라울 일은 아니다 싶기도 하다. 나름 서사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Destruction Forever?’와 건강한 코러스가 ‘We Wanna Rock You’를 개인적으로 자주 들었다.
[Metal Giant,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