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o Rosarius Equilibrio는 동류로 분류되는 많은 밴드들/뮤지션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탐미적인(그리고 섹슈얼한) 스타일을 유지해 온 경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밴드는 그럴 만한 음악을 연주하긴 했지만, 사실 이런 이미지에는 밴드가 Cold Meat Industry에서 앨범을 발매해 왔다는 점도 고려됐겠거니 싶다. 일단 Cold Meat Industry의 발매작들은 생긴 것부터가 확실히 고급스러워 보였고, 그만큼 가격도 가볍지 않았다. Tomas Petterson이 Ordo Rosarius Equilibrio 이전 Archon Satani에서 했던 음악은… 가끔 ‘bombastic’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술적인 분위기를 머금은 앰비언트였다. 탐미는 뭔 개뿔이요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 갈 만한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밴드의 음악에는 Tomas가 메인이긴 하지만 Rose-Marie Larsen의 역할이 아주 컸던 셈이다.
“[Vision:Libertine]-The Hangman’s Triad”는 꽤 오랫동안의 휴지기 끝에 나온 앨범이었는데, ‘The Fire, The Fool, and the Harlot(The Hangman’s Triad)’ 같은 곡에서 일견 Archon Satani 같은 신경질적인 앰비언트가 엿보이지만 전작들과 음악적 방향은 동일하다. 오히려 앨범의 초반부는 밴드가 그간 음악에 녹여 왔던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와서는(정확히 얘기하면 두번째 CD, 이 앨범은 2CD로 구성되어 있다) 좀 더 낭만적이면서도 화려한 사운드를 의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작들에서 보이던 공격성은 상대적으로 자제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 앨범이 밴드의 가장 듣기 편한 앨범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꽤 좋아한다. 한정 박스셋 버전에는 2003년 라이브가 들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돈을 좀 더 써보시는것도.
[Out of Lin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