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90년대 초반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주요 멤버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Bard ‘Faust’ Eithun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감옥 생활을 오래 하기도 했거니와 Emperor 이후에 Aborym의 몇 장을 제외한다면 딱히 기억할 만한 활동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Blood Tsunami나 Mongo Ninja 같은 밴드를 대표작으로 내세우기는 아무래도 Emperor의 이름값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말하고 보니 Thorns도 있긴 있구나). 그런 면에서 Djevel의 작년 앨범은 Faust의 진짜 대표작으로 추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Blood Tsunami의 앨범을 빼면 최근에 이 양반이 참여한 앨범 자체가 있긴 한가 싶은데 그렇다고 굳이 찾아볼 생각은 없으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앨범은 90년대 초중반을 떠올리게 하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이다. 뭐 원래부터 그런 스타일의 밴드이기는 했지만 조금은 더 짙어진 포크풍이 그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한다. 어쿠스틱 인트로에서 폭발하듯 이어지는 ‘Her er ikke spor af mennesker’ 같은 곡은 (스타일은 다르긴 하지만)Ulver의 “Bergtatt”를 왜 좋아했었는지를 되새길 수 있게 해 주고, 전작들보다 좀 더 빠르고 변화가 심해진 사운드는 Kampfar를 들으면서 좀 더 무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정도 글귀를 읽으면서 음악이 궁금해진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2018년 최고의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농후할 수준의 블랙메탈이다. 들으면서 작년에 뭐하다가 이걸 이제 듣고 있나 싶었다. 진짜 작년에 뭐 한 거지?
[Aftermath Music,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