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웃기는 이름의 스웨덴 밴드는 언제부턴가 앨범 한 장 낸 적 없는 스웨덴 데스메탈 밴드들 중 가장 훌륭한 밴드!라는 식으로 얘기되곤 한다. 아마도 Daniel Ekeroth가 쓴 “Swedish Death Metal”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 책이 나오고 이때다 싶었는지 1년 정도 지나서 Relapse는 이름만이 나돌던 이 밴드의 데모들을 차곡차곡 모아 컴필레이션을 발표했다. 하긴 밴드 이름이 좀 당혹스러워서 그렇지 Nihilist와 Carnage 같은 밴드와 함께 스웨덴 데스메탈의 어느 시절을 대표할 만했던 밴드였으니 음악을 떠나서 셀링 포인트만큼은 확실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Relapse만큼 ‘오소독스’ 이미지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그만큼의 판매고를 가져가는 레이블이 있나 싶다.
데모와 리허설 등 모음집이라도 Sunlight Studio 녹음 버전과 골방레코딩이 공존하는만큼 수록곡들은 꽤 들쭉날쭉한 편이지만, 이 밴드가 저 정도의 위명을 괜히 받아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ntombed의 “Crawl” EP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Orvar Säfström의 보컬은 Entombed에서보다 더 카랑카랑한 편이고(젊어서 그럴지도), 이후의 밴드들과 달리 다른 장르의 색채가 섞여 들어가지 않은, 우리가 보통 기억하고 있는 ‘스웨디시 데스메탈’의 전형 같은 연주를 확인할 수 있다. Entombed와 Dismember 같은 밴드들의 모습이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에 대한 한 정답인 셈이다. 위 책이 만방에 알려준 데스메탈 클래식 ‘Mourning’을 오리지널 데모 말고 들어볼 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니 사실 많은 설명은 필요없다. 문제는 바로 이들의 작명 센스였던 것이다. 밴드명이 겹치면 겹쳤지 2002는 무슨 센스로 덧붙인 걸까?
[Relapse,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