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Univers Zero의 최애작은 “Heresie”지만(이유야 물론 어두운 음악이니까 그렇다. 같은 이유에서 “Heresie”와 약간의 격차를 두고 “1313”을, 다시 엄청난 격차를 두고 “Implosion”을 둔다) 경험상 내 주변의 이 밴드를 좋아한다고 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UZED”에 좀 더 기울어지는 편이었다. “UZED”의 방향이 밴드의(또는 Daniel Denis의) 진정한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이후의 앨범들은 정도는 틀릴지언정 결국은 “UZED”에 실렸던 ‘록’ 음악의 연장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다시 양보해서 그것까진 아니라고 하더라도 Roger Trigaux가 있던 시절의 뒤틀린 챔버 뮤직은 어쨌든 이후의 앨범들에서 찾아볼 만한 모습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Clivages”는 간만에 밴드 초창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Warrior’와 ‘Earth Scream’, ‘Straight Edge’의 적당히 저단가의 뒤틀린 심포닉, 특히 ‘Warrior’의 고조되는 드럼은 밴드의 돈은 없지만 좋았던 시절을 분명히 짚어내고 있다. 그에 비한다면 ‘Soubresauts’의 ‘단정한’ 심포닉은 팝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그런 면에서는 밴드가 오랜 동안 보여주어 온 모습들을 대체로 아우르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enis만큼이나 Andy Kirk가 높은 비중으로 참여한 앨범인데, 하긴 그 시절을 명확히 기억하는 주요 멤버가 하나 또 추가됐으니 예전 느낌이 더 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는 밴드의 회춘작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Cuneiform, 2010]